총리 후보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언론외압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한바탕 소동을 겪었고, 본인 및 차남의 병역문제,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간신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던 이완구 총리가 결국 성완종 사태로 인해 70여일 만에 사퇴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는 정치개혁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86조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다.

국무총리는 독자적인 정치적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집행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의 보좌적 기관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헌법이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대신 국무총리제를 두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의 바람막이 역할을 맡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역대 총리는 총 43명이다. 그러나 '책임 총리'를 자처했던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총리는 청와대의 통제를 받는 의전총리였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역대 총리의 임명과정 또한 폭로와 흠집내기가 어우러져 있고 그 결과로 역대 총리의 임기는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현 정부들어서도 인수위 시절 초대 총리로 지명됐던 김용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한 것을 비롯해 안대희 후보자는 전관예우 문제, 문창극 후보자는 역사 인식 논란이 일어 자진 사퇴했다.

한편 총리 지명 당시부터 '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게 책임총리'라고 말해 대통령 비서실장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무늬만 총리' 정홍원 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을 위해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는 다르게 총리직을 수행하고 물러났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가 후임 총리 후보자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바람에 다시 총리직을 수행한 정홍원 총리의 사례는 현행 국무총리제에서의 총리의 존재감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게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절대 총리가 될 의사가 없다고 미리 고사하기도 한다.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새로운 총리 후보를 물색하고 다시 인사청문회에 올려야 한다. 그 사이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검찰수사는 진행될 것이다.

성완종 메모가 사실로 밝혀져 이 전 총리가 사법처리된다면 다시 한번 총리무용론이 고개를 들 것이다.

대통령의 시름이 깊어갈수록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커져만 간다.

/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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