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충청일보]지난 4월 30일 일본 아베 신조총리가 미국 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역대 일본총리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을 통해 제2차세계대전의 적국으로서 치열하게 싸웠던 두 나라가 견고한 동맹을 이루고 전후 70주년을 계기로 이제 "마음으로 유대관계를 맺은 친구가 됐다"고 자평하고 앞으로 미일 관계를 '희망의 동맹'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미·일 정상은 수도 워싱턴에서 수뇌회담을 가진 후에 '일미공동비전성명'을 발표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관계를 '부동의 동맹'이라고 부르고 앞으로 양국관계를 격상, 강화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일찍이 두 나라가 이렇게 가까워진 적은 없었다. '미일 밀월(蜜月)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도 하다.
 

이처럼 미·일 두 나라가 급속도로 접근하는 배경에는 무섭게 대두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리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오던 ADB(아시아개발은행)에 맞서 중국은 AIIB(아시아인푸라은행)를 설립하고,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의 맹주로 등극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항해 미일이 TTP(환태평양경제연휴협정)를 추진하면서 경제를 둘러싼 양 진영의 불꽃 튀는 주도권 싸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공할 속도로 증강되고 과학화가 진행되는 중국의 군사력 또한 미·일 양국에는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후진타오 전 수석은 중국군에게 영토 수호를 뛰어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라는 '새로운 역사적 임무' 수여했고, 중국의 군사대국화는 시진평 현 주석이 취임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이 주장하는 '리밸런스(재균형)전략'이란 바로 군사력의 중심을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재배치하겠다는 뜻인데, 아베 총리는 이를 '철두철미하게 지지한다'고 치켜세웠다.
 

그가 공들여 추진 중인 '집단적자위권'도 주 가상적(假想敵)이 중국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만약에 중국이 센카쿠열도(尖閣列島)에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경우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도발을 견제하고 일본에게 힘을 실어줬다.
 

"과거의 경험은 교훈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미래의 가능성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이번 미일공동성명은 일본의 과거사가 이미 면죄를 받았고 더는 반성도 회개도 필요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일본국민과 국제사회에 줄 수 있다.
 

아베총리는 스스로의 구상을 '적극적평화주의'라고 하지만 자위대를 '우리 군대'라 부르는 그가 미군과 손을 맞잡고 해외파병하고, 시체와 잔해 위에 무력으로써 그 무엇을 이루어낸들 그것이 무슨 평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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