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보도를 국내에서 너무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국내 언론에 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제도 외신으로 들어오면 호들갑을 떤다. 심지어 외국의 유력 신문이나 방송이 보도했다면 그대로 믿어버린다.


지금이 군사독재 치하도 아닌데 국내 언론보다 외신을 더 믿는 풍조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외신 사대주의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외신 보도를 무차별 전달하는 한국 언론도 자성해야 하지만 국내 언론엔 함구하면서 외국 미디어에는 입을 나불거리는 일부 관리들도 문제다.


꼭 외신에 말할 문제가 아니라면 국내 언론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게 정상적이고 효과도 크다. 최근의 외신 오보를 보자.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인 abc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개월여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났다고 보도했다가 취소했다. 며칠 전에는 일본 언론들이 북한의 중대 발표설을 앞다퉈 보도했지만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의 외신 오보 소동을 보며 새삼 느끼는 것은 외국 언론이 한국이나 북한의 실정을 얼마나 모르는가라는 점이다. abc의 방송 배경 화면에 이미 숨진 연형묵 전 북한 총리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화면을 긴급뉴스로 내보내는 건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의 금융위기를 부풀리는 외신 보도들 역시 기본적인 통계 수치 조차 틀린 엉터리 기사로 드러나고 있다.


외신들의 부정확한 보도를 바로잡기 위한 공세적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사후약방문식 대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만큼 보도가 나오기 전에 외국 언론에 적극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문제를 다루는 외신기자들에게 국내 경제상황이나 정책을 미리 미리 설명한다면 나라를 뒤흔드는 오보사태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선 외국 언론을 상대로 한국의 경제 실태와 정부 대책을 정확히 알리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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