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홍익불교대 교수)

천지간에 존재하는 만물은 천지간에서 일어나는 조화의 혜택으로 기쁨을 누리는 것이지만 이러한 조화 속에서도 새로운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과 시련이 따르는 것 또한 천지간의 법칙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움을 위한 시련과 고통의 때에서 흉신(凶神)을 만나는 경우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마치 '잘하던 일도 멍석을 깔면 하지 못한다'는 속담과 같이 비록 길신(吉神)이 찾아오더라도 허겁지겁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쉽게 흥분을 하고 쉽게 두려워하며 쉽게 미혹돼 오히려 화(禍)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즉 바람이 올 때에는 구름을 몰고 오는 것이지만 먼지도 함께 몰고 오는 것처럼 자신에게 좋은 기운이 찾아오더라도 좋은 것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유혹적이고 사악한 기운도 함께 동(動)하는 까닭이므로 이때에는 좋은 기운과 좀더 가까이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에서나 사욕이 많고 성냄이 많은 사람은 사(邪)된 것들과 벗을 삼기 때문에 잠깐의 빛을 보는듯 하다가도 이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자신의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간직하며 성공을 기원하는 것들은 사람이기에 가능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꿈과 희망과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마음에서도 지극히 욕심(慾心)과 뒤섞이기가 쉬운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고 갈망을 하는 마음의 근원(根源)은 욕심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작은 유혹에도 넘어가기가 쉽고 냉정함을 잃기가 쉽다.
 

한편, 변화의 기운이 교류하는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선(善)의 씨앗이 생겼을 때 그 씨앗이 자라남을 멈추지 않고 계속될 때 내 가족과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먼저 인화(人和)의 묘(妙)가 생겨난다.
 

이러한 인화(人和)에서도 천지간(天地間)의 조화가 그런 것처럼 좋은 만남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악연(惡緣)의 만남이 있고 복(福)된 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재앙(災殃)의 일도 함께 찾아오는 것이다.

예컨대, 땔감을 준비하면 다가오는 추위가 두렵지 않고 지붕을 손질을 하면 장맛비가 걱정스럽지 아니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서 자신의 마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설혹 성현이나 선비와 같이 많은 학문을 이루지 않았더라도 큰 재앙(災殃)에서도 자신을 지키고 어떤 흉사(凶事)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비록 잃음이 없고 부족함이 없으며 고통이 없는 풍족함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언젠가 찾아올 수가 있는 재앙(災殃)을 대비하고 준비를 했을 때에는 훗날의 고통과 번뇌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훗날을 준비하는 것은 마음속에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크다.
 

그래서 기쁨의 뒤편으로 슬픔을 보는 것은 지혜(知慧)요 생육(生育)의 뒤편으로 부족을 보는 것도 지혜요 얻음의 뒤편으로 잃음을 보는 것도 또한 지혜(知慧)가 되는 것이다.
 

해서 길신(吉神)의 기운(氣運)이 생(生)할 때에는 흉신(凶神)도 덩달아 생(生)하는 까닭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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