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란건양대교수

이번 정기국회에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모욕죄에 관한 법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 상의 악성 루머 때문에 자살한 유명 연예인의 사건이 기폭제가 되었지만, 이전에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1천만 가구를 넘어서서 세계 3위의 인터넷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나 사회 시스템의 대부분이 인터넷 인프라를 통해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인터넷이 불통되면 사무적인 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마저 올스톱될 정도이다.
신속하고 편리한 인터넷 덕분에 우리의 삶은 질적으로 향상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우리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국가나 사회 정책을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해 들었으며,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매체를 만나게 되었다.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관심사를 널리 알리고, 동호인들끼리 모여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게시판을 통해 어떤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댓글이 그 결말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상의 글쓰기는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보편화되어 있으며, 현대인의 소외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문명의 이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반면에 이러한 쌍방향 의사소통은 우리 사회에 많은 폐해를 가져오기도 했다. 인터넷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익명성을 띠고 있으며 폐쇄적인 공간이다. 기계적이고 차가운 모니터 화면만 눈앞에 있을 뿐이다.
상대방을 향해 그 어떠한 패악을 저질러도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제어가 없기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익명성이기에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모니터 속으로 네트워크라는 방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자신이 입력한 내용이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놀랄만한 속도로 끊임없이 유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위력이 어떠한 것인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극단적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여론의 방향을 주도하기도 하고, 인터넷 바깥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아 결집된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좀더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법적으로 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 인터넷 실명제이다.
인터넷으로 글이나 자료를 올릴 때 반드시 본인의 실명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과도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찬·반론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금,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선플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악플이 아니라 칭찬하고 격려하는 댓글을 달자는 것이다.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듯, 인터넷에도 보이지 않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인터넷 예절을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중도덕과 같은 윤리 규범으로 규정하고, 교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부터 인터넷 윤리교육을 실시하자는 방안이 나오고 있고 중·고교와 대학의 정규 교과목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와함께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여 네티즌 스스로 인터넷 공간을 정화하고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한다면 법적인 규제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3천만명이 넘는 현재,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터넷 강국이 어떠한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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