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모든 예술 중 언제 탄생했는지가 정확히 알려진 유일한 예술이다.


 영사기로 스크린에 빛을 투사해 관객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지난 1895년 12월 28일 파리의 한 카페에서 최초로 상연된다.

이 최초의 영화들은 공장에서 사람들이 퇴근하는 모습이나 기차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모습 등 일상을 담아낸 1분 정도의 짤막한 영화들이다.

그러다가 차츰 '물세례를 받은 물주는 사람'이나 '눈싸움'에서는 일종의 연출이 드러난다.

하지만 뤼미에르의 영화들은 어디까지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면 최초의 영화에 매료된 마술사 멜리에스는 마술적인 트릭을 영화에 접목함으로써 영화를 픽션의 장르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해 최초의 영화가 상연된 뒤 불과 7년 뒤 특수효과와 영화 편집, 예술적 상상력, 미래 과학에 대한 예견을 담은 '달나라 여행(1902)'을 선보인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쥘 베른이나 조지 웰스의 소설들에서 이미 보여줬던 달 여행이 현실에서는 아직 불가능한 것에 자극을 받아 달 여행의 꿈을 영화 속에 실현시킴으로써 미래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다.

멜리에스가 생생한 시각이미지로 구현시킨 달 여행이 약 70년 후에 현실에서 실현되는 것을 볼 때 영화는 있는 현실을 담아내는 반영일 뿐 아니라 현존하는 것을 넘어선 과학·기술적 진보에 대한 비전이자, 꿈과 이상의 실현을 위한 선언이 되기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멜리에스의 영화는 편집의 개념을 처음 영화에 도입해 이야기 추이에 따른 장소 이동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특수효과와 영화 서술기법을 도입해 달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달이 커지는 것으로 표현하고, 달 분화구가 폭발하자 연기가 나게 하는가 하면, 달에서 맞이한 밤하늘의 천체의 모습을 다채롭게 변화시키기도 하고, 달의 표면에 꽂은 우산이 거대한 버섯으로 변해 쑥쑥 자라나게 하는 등 환상적인 픽션을 연출한다.


 뿐만 아니라 '달나라 여행'은 달을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의 얼굴로 표현해 우주선이 달의 얼굴에 박히자 웃고 있던 달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콧물을 흘리는 것으로 연출한다던가, 별똥별이 달에서는 엄청나게 큰 모습으로 지나가게 하고 북두칠성 모양의 7개의 별에서 각각 사람의 얼굴이 나타나게 하는가 하면, 별과 초승달에서 요정들이 나타나 반짝이는 가루들을 뿌리기도 하고 달의 표면을 분화구와 기이한 정글로 표현하는 등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 영상들로 영화를 진정한 예술로 승화시킨다./황혜영 서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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