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군집본능이 있어 예로부터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양보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동양이 더욱 군집 문화에 익숙하다.

농경사회 때는 일가가 모여 사는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다가,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적어도 삼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을 이뤘고, 정보사회가 되면서 부부 중심의 핵가족이 대세를 이뤘다. 인간이 만든 최소 단위의 사회는 부부 2인으로 구성된 가정이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고 윤리도덕보다는 금전이 가치 기준의 중심 요소가 되면서 가정이 해체되기 시작했고,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개념 자체가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면서 성가(成家) 자체가 되지 않아 1인세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느 날 자식은 아직 정신적·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 더 이상 부모 부양은 의무가 아니라고 선전포고를 한다. 그 결과 독거노인들이 늘어나고 그들은 생활고를 비관하다 우울증에 걸리고 마침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점차 늙어가고 있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년층은 3포, 5포, 7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며, 노년층도 그들대로 고달픈 삶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한국 노인의 33.1%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니 3명 중 1명꼴이다. 적어도 양가 부모 중 1명에 해당된다. 노인빈곤율은 48.6%에 달해 OECD 국가 중 1위다.

2명 중 1명이 가난한 생을 살고 있다. 노인자살율도 10만 명에 82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층뿐 아니라 생활고를 비관한 중장년층의 자살도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독거노인들의 삶의 질도 사회문제가 돼 복지의 범위, 즉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도 연일 논쟁거리다. 생활수준의 저하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다.

우리는 혼자 있기에 익숙하지 않다. 혼자 있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자신이 측은해 보이고 급기야는 사고를 친다. 같이 있을 때는 그것을 즐기고 혼자 있을 때도 그것을 즐기자. '혼자 있음'이 어떠한가. 혼자됨에 익숙하려면 같이 있을 때도 혼자 있기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 밥 먹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여행하기 등 혼자의 생활이 아직은 어색한데, 이는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우리의 고정 관념 때문이다.

식당 한복판에서도 당당하게 먹고, 모처럼 시간 내서 스크린에 집중하고, 가고 싶을 때 가고 머무르고 싶을 때 머무르는 혼자만의 행위, 구속으로부터의 해방감이 느껴지지 않은가.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있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이는 자기애(自己愛)의 또 다른 방식이다. 나를 옥죄고 있는 고루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혼자 있음'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서 나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방편 중 하나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이제 연령층을 막론하고 '혼자 있기' 문화에 익숙해질 때가 됐다. 피할 수 없으면 그것을 즐겨라. /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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