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충청대 교수)

지난 3월부터 필자의 생활에 큰 변화가 왔다. 대학에서 국제교류실 보직을 맡은 것이다.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요령이 없는 탓인지 늘상 해오던 학과 일 외에 행정업무를 담당하면서 갑자기 필자의 생활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그렇다고 금쪽같은 우리 제자들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줄일 수가 없어서 출근시간을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8시 반!' 그 동안 마이페이스로 살기를 생활신조의 으뜸으로 삼던 필자로서는 정말이지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그렇게 생활하기를 4개월, 힘들고 지친 필자에게 한 병의 청량제 같은 존재가 대만에서 온 교환유학생들이었다.

5명 각자 소속된 학과는 달라도 한결같이 밝고 순수한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사람들도 서툰 한국어 실력이지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고 금방 친해졌다.

"실장님, 실장님~" 아직 귀에 설고 낯간지러웠던 호칭이 그나마 빨리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연신 불러준 덕분이다. 하루는 생일을 맞은 여학생에게 4000원짜리 점심을 사줬는데, 식사 후 국제교류실까지 필자를 따라오더니 "제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하고 해맑은 미소로 꾸벅 인사하고는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저 멀리 강의동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일본인인 필자에게 대만은 특별한 의미 있는 나라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경천동지의 대재앙이 닥친 일본에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지원을 보내준 나라가 대만이었다.

"힘내라 일본! 다시 일어서라 일본!" 등 대만에서 쇄도한 격려와 응원에 일본인들은 절망의 늪에서 재기를 위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그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인구 2340만, 1인당 GDP가 2만 2500$(세계40위)로, 2만 8400$인 한국(세계29위)만큼은 못하지만 대만은 IT나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강소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만 유학생들의 생활은 놀랄 정도로 알뜰하고 검소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않도록 노력하고,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최대한 아끼며 산다. 해외유학 올 정도니까 부모들이 상당한 재력가인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일엔 과감하게 돈을 쓸 줄도 안다.

친구 사귀기, 여행, 문화체험 등 20대 초반, 어쩌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소중한 유학생활을 더 값어치 있게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데는 결코 인색하지 않았고, 그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우리 학생들도 분명 좋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주 기말고사가 끝나면 대만으로 돌아갈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줘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안녕, 그리고 꼭 다시 보자 대만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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