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지인 몇을 만나기 위해 날짜와 장소에 관해 물었다. 어느 날짜를 피해달라는 답에 이어 "글쎄 메르스 때문에 만나도 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피할 날짜를 씩씩하게 말한 사람은 거침없는 자신의 답이 졸지에 무안하다고 했다. 저 혼자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무식한 것 같아 머쓱했단다.
 
같은 상황에서도 응답은 각기 다르니 생긴 모습만큼이나 생각도 제각각임을 실증한다.
 
세월호라는 세 글자가 잊힐 무렵 다시 '메르스'라는 세 글자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
 
살다 보면 가장 답답한 것이 나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뭐든지 검색이 가능한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면서도 과연 검색한 내용이 맞을까 고민하며 또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맨다.
 
근래 접한 새로운 지식 중에 단연 1위는 일명 메르스라 불리는 중동 호흡기증후군이다.
 
지난 2012년 4월 사우디 등의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기 시작했고 2일∼2주 잠복기를 거쳐 발병증상을 보인단다.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을 보이는 호흡기질환이며 예방약과 치료제가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 경로의 대부분은 낙타와 접촉한 경우라고 한다.
 
걸리면 치사율은 40.7%이며 독감처럼 잘 퍼지는 질병은 아니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이 급속도로 이 병이 퍼지는 공포에 떨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마다 문을 닫아걸었고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의 학교도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하는데 오히려 병을 옮을까 봐 병원을 갈 수가 없다.
 
군산의료원장이라는 사람이 알려주는 자료라는 것도 믿을 수 없고 언론에서 만드는 공포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잘 먹고 잘 자며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를 물리치라는 의사라는 사람이 게시한 인터넷 자료도 믿지 못하겠다.
 
괴담과 유언비어가 난무한 가운데 모임이며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외국 관광객은 발길을 돌렸다. 나라의 경제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서민은 더욱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한 나라에 병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 이 병의 최초 감염자가 확진된 날짜는 지난달 20일이다. 그 후 19일이 지난 6월 8일 아침에 보건복지부가 밝힌 확진자 수는 87명이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자 그동안 쉬쉬하고 감췄던 메르스 환자 발생병원 모두를 드디어 공개했다.
 
분명 대단히 심각한 일이 우리나라에 발생했는데 정부는 20여 일이 지나도록 우왕좌왕하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에게 내놓은 예방대책 중 하나는 '낙타와 접촉 피하기', '낙타고기 먹지 말기'다. 중동지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낙타는 이 병이 창궐하자 정부에게 책임을 추궁 당했다.
 
최초의 확진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 모두가 병원에서 제2감염, 제3감염자가 됐는데 우리에 갇혀야만 하는 우리나라 동물원의 낙타는 얼마나 억울할까. 코끼리 다리를 긁고 이것은 기둥이구나 했다가 코끼리가 들어 올린 그 거대한 다리에 차였으니 중상이다.
 
정부의 무능, 국민의 불신, 남 탓으로 떠넘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형사고의 고질적 원인인데 참으로 질긴 이 병의 예방약과 치료제는 어디 가서 구해야 하는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