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메타바이오메드 상무이사

▲ 유인순 메타바이오메드 상무이사

[유인순 메타바이오메드 상무이사]요즘 들판에 나가면 모를 심느라 분주하다. 어떤 논은 이미 움쑥 자란 데도 있다. 흙탕물에 몇 포기씩 꽂아 놓은 모가 금 새 뿌리를 벌어 울창해 지고, 이윽고 벼 이삭이 매달려 쌀가마니를 채우는 일쯤은 워낙 다반사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그 성장이 눈물겨울 때가 많다. 한 번 생애도 땡볕과 태풍과 땀으로 버무려져 견디기 힘든 고초를 이겨내야 하거늘 다시 한 번 그 땅을 우려먹는 일이 가볍지만은 않다. 그래도 정해진 조건에서 좀 더 나은 수확을 얻기 위해 이모작이 성행했고 부지런한 농부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삶을 지배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의 고령화지수는 93.2%를 넘어섰다. 고령화지수란 65세 이상의 인구수를 15세 미만의 인구수로 나눈 백분율이다. 미래 동력인 15세 미만 어린이와 사회생산력 감소요인인 65세 이상의 비율을 통해서 그 사회의 잠재 성장률을 추정하는 지표다. 1970년에 겨우 7이었는데 1990년에 20을 돌파하고 1998년에 30을, 2006년에 50을, 2009년에 60을 각각 돌파했다. 고령화지수의 급속한 증가는 국가의 잠재 성장률이 낮아져서 우리 사회는 저성장사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건 예측일 뿐이어야 한다.

 

요즘 필자의 초등학교 동문 밴드가 불꽃 튄다. 대부분 현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더러는 이미 퇴직하여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친구도 있다. 잘 놀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충분히 일도 잘할 나이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저 퇴직 연령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노동시장에서 맥없이 물러난다는 게 아쉽다. 1970년대 고령화 지수가 7%였을 때와 93.2%인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적, 관습적으로 65라는 숫자에 갇혀서 스스로 자신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60대에도 경제 활동을 멈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상당하다. 자녀양육이나 부모 봉양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누군가. 그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주역들이 아닌가. 그런 세월도 거뜬히 넘겨온 우리가 가진 저력을 이대로 묻어 두기에는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봉사를 할 일이다. 아직도 손이 달리는 중소기업이 도처에 있고, 묵혀놓은 전답이 길가에 널려있다.

 

지금까지는 먹고사는 일에 매여서 하고 싶은 일을 못 해 보았다면 이제라도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가정에 소홀했고, 성취를 향해서 개인적 희생을 정당화했던 젊은 날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이모작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덤으로 한 번 더 농사 짓듯이 여력을 사회에 보태고 싶지 않은가? 어차피 나이 들어 종국에는 진이 빠져 사그라질 인생이다. 종일 전철에 실려 다니고, 먹고 노는 데만 전념하기에는 앞에 남은 세월이 지루하고 창창하다. 노동이 놀이가 되면 얼마나 즐거울 까? ‘돈’보다도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그이의 기쁨을 짐작할 수 있다.

 

팔순의 나이에도 농사지어 이웃에게 나누는 농부는, 자식 키우느라 애면글면했던 인생을 넘어 즐거운 이모작중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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