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 철학교수

운명(運命)에서 마(魔)가 자리를 한다는 것은 적당하지 못한 곳에서 마가 자리를 하는 것이다.

즉, 마음에서 지나치게 허황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욕심이며, 이 욕심은 적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가 자리를 하는 것이고 악한 마음으로 타인의 것을 빼앗거나 도둑질을 했다면 이 마음도 적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가 자리를 하는 것이며 거짓된 마음으로 남을 음해했거나 비방을 했다면 이 마음 또한 적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가 자리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수많은 상황과 현상과 장소와 시기가 어울림을 가질 때에도 제 각각의 모순된 특성으로 인해 마가 자리를 한다.
 
예를 들면 멋지고 위엄 있는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음습하고 그늘진 곳에다가 기둥을 세운다면 이것은 적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가 자리를 하고  가을 결실의 기쁨을 기다리던 농부가 도박판에 마음과 생각을 가져갔다면 이것도 적당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마가 자리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이 마가 자리를 하는 곳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서 적당하지 못할 때 하필이면 외부에서 존재하고 있는 마와 만났을 때는 더욱 곤란함을 겪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마음이 적당하지 못할 때 외부에 존재하던 마가 손님이 되고 이 손님과 내면의 마음이 음모하고 수단을 만든 연후에 외부로 나아가서 활동을 도모 하는 것이다.
 
마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차츰 기쁨이 커지고 환락에 빠질 무렵에는 자신에서 심념의 존재조차도 느낄 수가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에 본격적으로 흉신들이 찾아와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빼앗아서 달아나는 것이다.
 
처음으로 새로운 운이 생겨난다는 것은 적당했던 곳에서 변화가 생겨나는 것이고 처음으로 새로운 명을 받았을 때도 적당했던 곳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운과 명이 생겨나기 이전에 지켜오던 적당함에서 큰 변화를 겪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간을 형성하면서 지금까지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흔들림을 보이게 된다.
 
즉 스스로가 자신의 적당함을 잃었기 때문에 이때까지 뒤편에서 노닐던 마가 갑작스럽게 열리는 공간 사이로 신속하고 강하게 파고들면서 그 사람을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본래부터 운성의 법도에서 머물던 사람이라면 조그마한 마의 움직임에도 스스로가 잘못된 상황임을 알고 즉시 물러나서 자신을 단속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다.
 
이처럼 마는 적당하지 못한 가운데에서 자리를 했다가 적당하지 못한 상태가 되면 적당하지 못한 곳으로 찾아다니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머무는 곳과 나아가는 때와 행하고자 하는 일에서 먼저 그 적당함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내 마음 자리 하나 잘 다스리면 그곳이 천당이고 극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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