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나는 평소에 미국에 대해서 경원의식을 가지고 있다.
경원이란 말은 경이원지(敬而遠之)의 준말로 국어사전에서는‘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멀리함’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뜻 그대로의 의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필자는 미국에 대해서 부러워하면서 동경하기도 하고, 좋아하면서 약간 경멸하며 미워한다.
그렇다고 친미적인 사람들처럼 찬양할 마음은 없다.
또한 반미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증오하는 정도는 아니다.
한때 미국으로 이민을 갈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검토한 일이 있는데, 그때 켈리포니아를 중심으로 la를 비롯한 샌디아고·센프란시스코를 돌아보았다.
호수가에 넓은 잔디가 깔려있고, 물가에는 요트가 있으며, 뒷켠으로 수영장과 숲이 보이고, 저택은 그림같이 예뻤다.
낭만적인 사고방식으로 그것을 보면서 이민 와서 저렇게 살았으면 싶다고 하고, 집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삼백만불이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친구가 말해 주었는데, 나는 돈이 모자라서 어렵겠군 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20%면 집을 구할 수 있고, 이십년이고 삼십년에 걸쳐 천천히 갚으면 된다고 하였다.
그것이 오늘날 미국 금융시장에 모기지 부동산 몰락을 가져온 불씨였다.
그때 그 말을 듣고 필자가 미국으로 갔다면 오늘날 모기지 부동산의 당사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20%만으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언뜻 들으면 큰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원금과 이자를 평생 갚아야 한다는 것이 결국 평생 월세를 주고 산다는 말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함정이다.
그 함정에 모기지 당사자들도 빠졌지만, 미국 금융가에서도 마찬가지로 함정에 빠진 꼴이다.
미국에서 재채기를 하자 전 세계가 요동을 치는 것을 보고 역시 미국은 대단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유럽 연합이 생긴 것은 미국의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미국은 경제뿐만이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맹주로 나선다.
군사적인 면에서는 냉전 시대에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과 대립을 했지만, 공산국가들이 몰락한 지금은 대적할 나라도 없다.
이렇게 경제와 군사적 힘이 막강한 미국은 세계 패권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그 만큼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책임은 군사적인 것도 있지만, 세계 경제에 대한 책임도 가져야 한다.
미국의 경제가 미국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각 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렇기에 미국은 자국의 이득에만 열중하지 말고, 세계 평화와 동시에 세계 경제의 발전에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렇게 되면 나는 경원하지 않고 미국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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