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근 피터

 

골프클럽의 제한 숫자는 왜 14개 일까?
 
많은 이들이 14개 인줄은 알고 있지만 왜? 그리고 언제부터일까?
 
이 규정은 지난 1936년 제정됐는데 당시의 상황을 보면 1910년에서 20년대는 골프클럽의 연구개발이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
 
그 이유는 골프 볼과 샤프트의 발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결과 1930년대는 플레이어들이 휴대하는 클럽의 수가 늘어 4.4번이라던가, 7.5번이라는 아이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34년 미국 아마추어 선수권을 제패한 로슨 리틀은 그 당시 무려 32개의 골프클럽을 넣고 다녔는데, 드라이버만도 슬라이스 용, 훅 용, 맞바람 용 등 5~6개를 가지고 다녔던 그가 1934년 미국 아마추어 선수권에 출전했다가 캐디로부터 특별요금을 청구 받는다.
 
"우드 5개, 아이언 18개가 든 무거운 백을 같은 요금으로 들 수 없다"는 것이 캐디의 주장이었고. 당시의 클럽이 요즘의 클럽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리틀은 그의 캐디에게 특별요금을 지불했고,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23홀 합계 10언더파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미국 아마추어 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클럽 수를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당시 영국에서는 대부분 10개 내외의 클럽을 가지고 다녔지만 미국의 경우 프로가 25~26개, 일반 골퍼들도 20개 정도의 클럽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세계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양대 기구인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논란 끝에 1936년 휴대 골프클럽 수를 14개로 제한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언젠가 프로골퍼가 중요한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한참 경기를 펼치다 그만 자신의 골프백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골프백 안에 그 전날, 자신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유아용 골프클럽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15개의 클럽을 가지고 대회에 출전하게 된 그는 골프규칙 제4조 4a항 '플레이어는 14개 이내의 클럽을 가지고 정규라운드를 스타트해야 한다'는 규정에 의해 실격 당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박세리 선수가 한일전 매치플레이에서 15개의 클럽을 가지고 시합하다 뒤늦게 발견해 3홀을 홀 패로 인정했던 일도 있었다.
 
일반 골퍼들에게 프로나 선수들이 지켜야 하는 모든 룰을 꼭 따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공정한 조건이 전제돼야 하고 이것을 룰로 규정하는 것이다.
 
심판이 없는 유일한 경기, 스스로가 심판이 되라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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