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훈교수

근대에 있어 대도시의 의미는 단순히 인간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벗어나 점차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나랏님이 살고 있는 궁전이나 관공서들 혹은 지역에는 볼 수 없었던 문화시설, 그리고 옆집 친구들이 공부잘해서 진학하게 되는 대학들, 또는 멋쟁이들이 모여 사는 곳 등 대도시에만 가야 볼 수 있었던 시설들과 사람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시설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지역나름대로의 정가, 갤러리와 공연장, 그리고 지역의 대학들은 물론이고 최신 유행의 패션과 문화코드를 어디서든지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사회와 문화기반시설들은 많은 부분 갖추고 있지만 지역나름대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는 근본적으로 도시마다 디자인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그리스나 로마가 가지는 역사적이 이미지와 이를 활용한 도시재생적 디자인, 라스베가스가 가지는 카지노의 이미지와 이를 보여주는 화려한 네온사인의 도시디자인, 헬싱키나 스톡홀롬이 가지는 자연생태적 이미지와 이를 활용한 목재주택과 도시공간디자인 등을 통해서 도시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예는 비단 유럽뿐 만 아니라 중국 상해·싱가폴·인도네시아의 카와라치·일본의 쿠마모토 등 도시의 디자인화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은 물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도시디자인에 관심을 가져 현재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디자인박람회나 경주·전주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도시디자인, 안양의 아트폴리스 등은 점차 도시이미지의 브랜드화로 나가는 초기단계로 여겨진다. 이러한 도시의 디자인이 경쟁력과 차별성이 성공적으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을 가지게 된다. 우선적으로 자생적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발굴해야만 한다. 대체로 역사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 여기에 해당되고 라스베가스나 새롭게 조성되는 두바이 등이 도시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창조한 사례이다.
두 번째는 도시의 디자인이 위계적이고 총체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도시의 토지이용형태와 건축물·색체·공공디자인, 그리고 인테리어와 산업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연결성을 가지고 구성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신도시 자바아일랜드의 경우 도시계획의 수퍼블락을 형성하고 이를 근거로 거대한 건축물을 하나의 큰 필지에 위치하게하고 다리와 같은 기반시설까지 국가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바탕으로 하여 적절히 파스텔톤과 함께 사용하여 단지가 일체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 번째는 도시나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을 건설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 작품의 박물관하나로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좋은 사례이다. 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과 후의 관광객이 10배이상 차이나 남은 물론 작은 도시에 국제항공편이 연결될 만큼 건축물로 도시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한 덴마크의 말뫼신도시의 경우는 지역에서 가장 높은 상징시설인 토소빌딩과 함께 도시내의 모든 건축물을 전혀 다른 형태로만 설계하게 되어 건축박물관과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부터는 명실상부한 디자인을 산업화하고 이를 승부로 걸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부터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제도적인 뒷받침 그리고 시민들의 의식수준향상이 수반되어야 디자인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고 이를 바로 창조적 도시로 만들어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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