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진

'너의 소명(召命)을 따르라'
조셉 캠벨이라는 신화학자가 한 말이다. 하늘에서 타고 난 복이라는 뜻의 천복(天福), 공자가 오십에 알았다는 천명(天明)과 같은 의미이다.
대인관계나 경제적 문제로 답답하고 어두운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분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소명을 따른다는 것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공자도 오십에 이르러서야 하늘의 소명을 알았다는 것이니, 지천명(知天明)하기가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늘이 내리신 소명대로 살면 만사가 잘 풀리고 이는 곧 천복(天福)을 받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명이 아닌 부모가 은연중에 ‘이런 것이 옳은 것이다!’라는 암시를 준 명령, 또는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화·관습·전통·인습이라는 이름으로 받들고 있는 관습적 명령을 따라 살아간다.
하늘이 그 사람에게 타고 날 때부터 내린 생의 의미, 곧 그 사람이 전체 삶의 기간 동안 구현해내야만 하는 가치를 따르지 않고, 부모를 포함한 관습의 가치를 따를 때 그 사람의 인생은 문제가 발생하고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자도 그 천명을 오십에나 알았다고 하니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 소명을 깨닫는 것의 어려움이야 두말 할 나위가 있겠는가? 하지만 다행히 어렵지만 당장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언제부터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알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타고난 천성과 기질이 있고, 그 천성 속에 천명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들어있기에 가능하다. 어린 시절의 자신의 성격을 가족들에게 물어보거나 회상해 보고, 현재 자신의 성격, 곤란한 상황에서의 대처방식과 비교해 본다. 삶의 의미를 모르겠고 답답함을 많이 느끼며 일이 잘 안 풀리는 사람일수록, 조금만 살펴보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신의 성격이 어디에서 왔는지가 궁금해 질 정도로 어릴 적 자신의 기질과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예의가 바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아서 평판이 좋은 사람이 경제활동에서의 실패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며 되는 게 없다고 말할 때, ‘그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 가진 장점이 현재 얼마나 발휘되고 있는가?’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신의학적 견해를 조언한다.
위와 같은 대개의 경우, 가장 어릴 적의 성격을 물어보면 활달하고 고집이 있고 셈이 많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배려가 많은 성격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려 깊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워지면서, 균형 잡힌 주관으로 사회를 이끌 수 있는 귀중한 천성적 장점이 발휘되지 않기에 경제적 성공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성장배경을 보면 아이들을 장악하며 충동적이고 감정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적 문제를 가진 부모에게서 자랐거나, 호기심이 많고 탐색적이며 경쟁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천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비슷한 기질의 부모를 만나게 되면서 좋은 가능성이 손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절하게 천성이 유지되었을 때 집단을 이끌어 관습적 사회 속에 새로운 가치를 실현시키는, 그런 귀중한 생의 소명을 구현해 내는 사회적 자산이 소실된 것이다.
자신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기질이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그런 구현된 개개의 소명들이 오케스트라의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들처럼 다르지만 조화를 이룰 때, 이 세상은 하나의 모자람이 없는 전체를 이루고 균형을 잃지않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