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메타바이오메드 상무이사

좋은 글이 홍수를 이룬다.
 
스마트 폰을 통해 감동 글이 들어오기도 하고 이메일로도 날마다 세상을 밝히는 글들이 도착한다. T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누가 아직도 TV를 바보상자라 하는가.

시사 교양 프로는 아예 노트를 꺼내 놓고 차곡차곡 메모하면서 시청한다.

필요한 시간에 정보를 얻기 위해 몇 개의 프로그램에는 정기적으로 돈을 낸다.

TV 다시보기를 하거나 콘서트가 무색할 정도의 음악 프로그램을 수시로 듣는 일은 하루 삶에 비타민이 되기도 한다.

머리를 밝히고 마음을 씻는 일, 건강한 노년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 생각한다.

며칠 전 산악회에서 등산을 가다가 휴게소에서 버스에 올라탄 낯선 남자의 현란한 홍보에 홀려 수 십 만 원을 주고 건강식품을 사들였다.

건강에 관해서는 절대로 대담해질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지만 건강에 관한 정보에 현혹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성인병을 싸안고 있는 나로서는 좋은 식품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 오히려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무엇이 약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좋은 무엇'을 탐닉한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음식뿐이 아니라는 사실쯤이야 모르는 이 없을 터, 요즘 대하는 글들을 보며 일말의 희망을 품는다.

수시로 문을 두드리는 문자나, 카톡, 밴드를 보노라면 세상에 기록된 좋은 글들이 차례로 모두 다 내게로 오는 느낌이다.

수백 년 전의 성인이 한 말씀, 세상을 이끄는 명사들의 어록이 아무런 노력 없이도 공짜로 주어지는 상황에 감지덕지한다.

일 분간의 여유로도 글을 읽고, 음미한다.

감동 영상이나 음악들은 덤이다.

이순, 귀가 순해지는 나이란다. 순하게 들어오니 순하게 나가는 것일까?

요즘 들어 특별히 분노한 기억이 별로 없다. 아마도 건강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 개방교도소 강의를 다닌 적이 있는데 수형자들을 위해 만든 교안 중에 분노에 관한 것이 있었다.

내가 직접 실험을 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지만, 사실이거나 말거나 나는 그것을 믿기로 했다.

화를 내거나 분노를 품은 사람의 침을 곤충에게 뱉으면 곤충이 즉사하지만 웃다가 침을 뱉으면 곤충이 무사하다는 얘기며, 욕설이나 부정적인 말을 하고 손가락 오링테스트를 하면 손가락에 기운이 빠지고, 웃고 칭찬하며 오링테스트를 하면 손가락에 힘이 생긴다는 얘기 정도다.

실제로 강의 중에 오링테스트를 하면서 확인을 하기도 했다.

세상을 살 만큼 살고도 숙맥 같은 내가 믿는 것이 틀린들 어떠하리.

그런 믿음이라도 있어 억지 칭찬과 미소를 만들고 애써 고운 말을 쓴다면 이 또한 건강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시린 가슴을 덥혀주는 공짜 보약, 좋은 글이 내일도 여전히 배달될 것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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