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한국이 공식적으로 다문화 사회로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농촌의 일손부족과 청년들의 도시로의 이탈,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의 조선족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시작한 것이 그 단초이다. 이들 1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이미 성년이 됐고, 2010년 한국 국적인 사람은 모두 병역의무를 지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현재 군에는 200여 명의 다문화가정 자녀가 현역으로 국방의무에 충실하고 있다.

학자들의 말을 빌려 외국인 인구 비율이 5%일 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한다면 약 3.2%인 한국은 곧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즉, 우리가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세뇌되었던 단일민족이라는 기치와 사회적 가치가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맞이하기 시작한 지 불과 20여 년 만에 대한민국 사회는 엄청난 변화와 변혁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기실 저출산과 고령화사회, 그리고 곧 진입할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로 인한 상실된 노동력과 사회적 활기를 모색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땜질 때우기 식의 소극적인 복지정책과 동화정책에 기반을 둔 이주민 길들이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사회보다 앞서 외국인 이주민의 증가로 다문화 사회를 경험한 많은 선진국가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입안과 실행을 관장하는 '이민청'이 별도로 설치돼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여성가족부에서 주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실은 법무부, 교육부, 국무조정실, 노동부 등 각 부처에서 각자의 논리로 서로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지원받아야 할 이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때마침 대법원에서는 소송 10년 만에 불법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주민 정책은 단순하게 복지 문제로만 들여다볼 수도 없으며, 여가부에서 들여다보는 가족이라는 개념만으로 접근하기에는 지나치게 협소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주민 정책은 대한민국이 21세기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한 국민적 담론이 형성돼야 하는 국가적 어젠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부처 이기주의를 떠나 진정한 대한민국호가 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치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