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준교수

국방부에서 이른바 불온서적 목록을 선정하여 군대내에 반입을 금지한 사건이 눈에 띈다.
이 사건이 주목되는 이유는 왜 갑자기 과거 독재주의 시기에 횡행했던 어두운 과거 습속을 꺼집어 내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원하는대로 일이 성사될 것인지 방식들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과거 냉전체제 아래서 불온서적은 금서 중에서도 특히 사상적 이유로 금지된 서적들이 주를 이루었고, 반공주의가 강조되던 시절에는 불온서적의 범위도 넓고 엄격하였다.
그러나, 2001년에는 불온서적이라는 이유로 교도소나 구치소에 반입이 금지되던 불허도서목록이 폐기되기도 했다.
2008년 국방부가 장병정신교육 차원에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여 선정한 23권의 도서는 선정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또한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최고 10배까지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금지한 측과 독자들 사이의 묘한 그림이 그려지고 말았다.
이번 일에 대해서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으로 추앙받는 노암 촘스키도 우려스러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나는 이번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우려할 정도로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고. 사상적으로 매우 건강하고, 리스트에 올라온 서적을 통해 당국이 걱정하는 만큼 흔들릴 정도로 우매하지 않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결코 짧지 않은 지난 세월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차이를 극복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훈련의 시기를 거쳐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는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막아서도 안될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아무리 막으려는 장치를 한다하더라도, 이미 디지털 정보사회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반대의 효과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되새겨 볼일은 이번 일이 차이와 다양성의 인정에 기반한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기본개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내가 아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타인과 나를 분리하고, 벌어진 틈을 주시하고, 거기에 감정을 개입시키고, 결국은 적대하고,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 그것만큼 소모적이고 허튼 일이 또 있겠는가.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왜 경계하거나 공격하거나 소외시킴으로써 끝내 다른 존재로 못 박아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다양성이 파괴되고, 획일화가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다양성과 차이가 왜 중요한지 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여러 전문분야에서 활기차게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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