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장

  살다보면 직장에서의 회식, 친구들과의 모임 등이 참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모임에 가더라도 밥만 빨리 먹고 집에 가기가 일쑤였다. 내 퇴근만기다리는 어머님의 눈치 때문에 늦게까지 수다 떨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고 나니 아이들은 굳이 내 손길을 필요치 않게 돼 어머님의 눈치를 덜 보게 되고 오히려 식당주인의 눈치를 보면서 수다를 떨곤 한다. 누군가 말하기를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가 수다를 떨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직장 동아리와 친구 모임 등이 많아서 아마도 오래 살 것 같다. 그런 많은 모임 중에서 고등학교 동창으로 문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 넷이 가끔 만나는 모임이 있다.

네 명의 친구가 3박4일의 대만여행에서 찍은 사진도 나눠주고 다음 여행계획도 세울 겸 만나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날짜와 시간을 알리면서 모임 이름도 하나씩 지어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약속시간이 돼 모두 모여 사진을 나눠 보면서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사진 감상을 하고, 여행의 후일담으로 들떠 있다가 모임 이름을 지어 왔느냐고 물으니 아무도 생각해 온 친구가 없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단다. 허긴, 어제한 일도 금방 생각이 나지 않고 TV를 보면 유명한 탤런트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특정한 사람들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식당을 정하려고 생각 중에 '00묵집'을 이야기 하자 친구 하나가 거기 괜찮다며 그곳에서 아들 상견례를 했단다. 나와 또 다른 친구는 "거기서 어떻게 상견례를 해?" 라며 의아해 하자 그 친구는 방도 여러 개 있고 분위기가 꽤 괜찮단다.

상견례 할 장소가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00묵집은 상견례를 할 장소는 아니다. 다중이 이용하는 일반 음식점으로 서민적이긴 해도 분위기가 왁자해 양가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장소는 아니었다.

우리와 그 친구와의 답답함은 몇 마디를 더 오고 간 뒤에야 풀렸다. 그 친구는 00묵집을 00옥수라는 한정식 집으로 착각하고 말을 했던 것이다. 머리로는 한정식 집을 떠올리고 입으로는 묵집을 이야기한 해프닝에 우리는 눈물이 날만큼 배가 아프도록 크게 웃었다.

그때 친구 하나가 "이참에 우리 모임을 '사오정'으로 하자!" 라고 외쳤다.

서로 엉뚱하게 듣고 또 대답도 엉뚱하고, 그래서 한바탕 웃을 수 있었으니 우리 모임 이름으로 딱 이란다.

사오정으로 이름을 정하고 이번 여행을 결산하면서 바로 다음여행을 준비했다. 다음에는 터키로 목적지를 정하고 2-3년을 준비해 적금을 붓기로 했다.

다음 여행에 대한 설렘과 해프닝으로 인해 그날 저녁은 참 맛있었다. 다음날 '사오정'이라고 이름을 진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오정에 대한 뜻풀이를 보냈는데, "4명의 여고동창생이 오십대에 정겹게 다시 만나 다소 엉뚱함으로 웃음을 나누는 모임" 이란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사오정이라는 말에 정감이 더 느껴지고 우리들의 우정이 쭈욱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오늘은 꿈속에서 사오정이랑 저팔계랑 배꼽이 빠지도록 한바탕 놀아 볼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