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변호사

메르스 여파로 국가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새롭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어려움에 놓인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사상 유래없던 가뭄은 우리의 속을 태웠다. 대한민국이 혼연일체가 돼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야 함에도 정치권은 또다시 그 본색을 드러내며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메르스 파동'은 '거부권 정국'으로 옮아갔다. 국회법 개정안이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시행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의 입법권과 사법부의 심사권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목해 비판하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은 자신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대통령에게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며 머리를 조아리고 있고, 거부권이 행사돼 다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의 재의결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참여는 하되 표결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정치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달려있는 것인가. '거부권 정국'을 통해 새누리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당헌에 따라 원내대표의 거취를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다수결의 원리로 선출된 사람을 절차를 무시하고 내쫓겠다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잘잘못을 떠나 절차적인 적법성은 유지돼야 한다.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싸움은 참 볼만하다. 계파정치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정치권이 계파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동안 국민들은 한줌의 쌀을 얻기 위해 싸우고 있다.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고 있으나 메르스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뭄으로 두배 이상 뛴 채소값은 국민들의 밥상을 위협한다. 민생법안의 통과는 이제 기약없는 수렁 속에 빠져들었다. 그리스 사태는 우리 경제에 어떤 타격을 줄지 알 수 없다. 북의 위협은 현재 진행형이다. 국제관계는 우리에게 결코 이롭지만은 않게 돌아간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그렇게 죽고 사는 것이라면, 차라리 대통령께서 모든 정치적 이해관계나 계파,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정치인들에게 '명령'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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