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산업건설위원장, 자신 지역구 보조금 요청
재량사업비 존재하는데 선심성 예산에까지 입김

[충주=충청일보 이현기자] 시의원 사퇴 요구 사태를 빚었던 충주지역 복숭아농가들의 분노가 한 시의원의 무리한 지역구 보조금 챙기기 때문으로 나타나, 의원의 '예산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시의원 재량사업비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선심성 예산인 보조금에까지 의원이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충주시복숭아발전회와 농민 등 200여 명은 충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시의장과 산업건설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사태의 발단이 된 것은 형평성을 잃은 보조금 예산 편성 때문이었다.

시는 올해 보조금 긴축 방침에 따라 발전회에 주던 복숭아 박스 보조금을 3500만원에서 1000만원 감액한 반면, 뜬금 없이 특정 동지역에는 35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농가 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 지역 농가는 다른 지역의 20배가 넘는 박스를 지원 받게 되는 셈이다.

이런 편파적인 예산 편성은 이호영 산건위원장(60·무소속)이 자신의 지역구를 특정, 보조금 지원을 시에 요청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 명목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지역구 예산을 주무를 수 있음에도 보조금에까지 손을 뻗친 것이다.

시는 지난 2011년부터 기존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시의원 재량사업비를 사실상 예산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읍·면·동마다 6000만원에서 1억원 선이던 예산은 현재 많게는 3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다만 선심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용도를 명기하고, 농로 포장이나 배수로 정비 등 시설비에 한정시켜 사전 심의를 받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복숭아 박스 예산은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가 아닌 보조금 편성에 시의원이 개입한 것으로, 집행부 고유 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침해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시민 A씨(46·연수동)는 "집행부 예산을 감시·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앞장서 편파적 예산을 편성토록 개입한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집행부도 시의원의 부당한 요구에 무력하게 굴복, 분란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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