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요즘 필자는 기말 성적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결석도 하지 않았고, 숙제도 모두 제출했는데, 성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불만은 전공과목보다는 교양과목에서 더 심하다.

사실 교사양성대학에서 교양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가 교양을 가르치는 이유는 다양한 직업을 이해해서 교사가 학생 진로교육을 잘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한 학생에게 성적을 걱정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부모님이 성적이 나쁘면 걱정하신다"는 것이다. 나도 걱정돼 교원대에 온 이유를 물으니, 진로교육의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중학생 때 특목고에 가려고 준비했지만(수많은 사교육을 받았다는 의미?) 결국 인문계에 갔다. 물리와 화학이 더 좋았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생물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수능 결과가 좋지 않아 의료공학이라는 차선택을 했다. 그렇게 공대를 2년 다니다 다시 수능을 보고 교원대에 왔다."

이렇게 방황하는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을까? 누가 그들에게 판검사를, 의사를 꿈꾸게 하는가? 왜 고민하고 선택한 교사의 길에 확신을 못 하고 다른 직업을 꿈꾸는가? 그래서 단호하게 말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모님이 너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너를 믿어달라고 하렴. 네가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데 학부 교양 성적은 중요하지 않단다. 이번 방학 때 일분일초를 아끼면서 교사임용고사를 위한 공부에 최선을 다하렴."

얼마 전 읽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장의 글이 생각났다. "우리 어머니들의 교육열이 오늘의 우리나라를 일구는데 큰 역할을 했듯이 아이들은 어머니들의 안내에 따라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가끔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네가 알아서 하라고 방임을 하는 수가 있는데 그건 좋지 않습니다." 필자는 그 글을 읽고 화가 났었다. 부모의 교육열을 부추기는 것은 교사를 전문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에 수백억 원을 들여 과학예술영재학교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 학교도 다른 영재·과학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명문대학으로 가는 통로가 될 것 같아 걱정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의 적성보다는 명문대 아무 과라도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사람은 행복하다. 그래서 전화를 끊기 전에 한 마디 더 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너를 구속하거든, 그건 사랑이 아님을 분명히 기억하렴. 부모님이든, 애인이든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은 나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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