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6·25 한국전쟁 일이 며칠 지난 어느 날, 충북 괴산의 충청도 양반길을 걷다가 찔레꽃을 발견했다.

찔레꽃은 보통 5월에 핀다는데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은 지역의 특성 때문에 꽃이 늦게 핀 듯했다.
 
전쟁이 언제, 왜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신세대의 길거리 인터뷰를 보면서 착잡했던 마음이 찔레꽃을 보면서 다시 이어졌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피난길을 나섰을 때 맡았던 찔레꽃 향기를 평생 잊지 못하던 팔순이 가까운 모 시인은 그의 애절한 마음을 시어로 남겨 감동을 줬다.

그의 시를 보고서 필자는 찔레꽃은 유월에 피는 꽃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양반길에서 찔레꽃을 본 것이다.

고독, 신중,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유월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줄기에 난 가시는 동란의 상처 흔적인 듯하고 흰색의 꽃잎은 어린 자식들을 앞세우고 피난길을 떠난 어머니의 모습 같아서였다.

찔레 순으로 뱃속 허기를 메우고 산딸기와 오디로 끼니를 연명했다던 전쟁세대가 점점 줄어든다 해도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되련만 전쟁이 언제 났는지 모르는 후대 사람의 모습은 교육의 부재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 같아 보기가 딱했다.

지난 5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메르스라는 새로운 질병이 유월 한 달 동안 전국을 초토화했다.

초하의 계절에 만나는 신록의 푸름에 감격을 해야 할 때 우리 국민은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내 몸 안으로 쳐들어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갈 수조차 없었다.

연휴임에도 거리는 한산했으며 사람이 모여들어야 하는 공간은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65년이 지난 어느 해 유월에 만난 새로운 전쟁터 모습이었다.

6·25 전쟁 때는 날아오는 총알과 전쟁의 포성을 어머니가 무작정 품으로 막아주었는데 이번 메르스 전쟁은 비누로 손을 닦고 팔뚝으로 기침과 재채기를 막아내라고만 했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는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괴담인지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SNS와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전해지는 뜬소문은 급물살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가 냄비근성이라는 우리의 국민성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여느 때는 때맞춰 멀쩡히 비도 잘 내리던 장마가 올해는 늦게 온 것도 모자라 마른장마 기간이 절반이라 하니 날씨마저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6·25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는 우스갯말이 실제 재현된 셈이다.

이번 메르스 전쟁을 겪으면서 가장 절박했던 것은 정확한 정보를 알고 그에 맞추어 현명하게 대처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료를 전달받은 들 정확도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비로소 뉴스큐레이션이 절박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시민언론운동을 하는 충북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뉴스큐레이션 필자들이 모였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미 언론을 대상으로 모니터 활동을 해왔다는데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들이 골라준 뉴스를 받게 돼서 흥미롭다.

그 무엇보다 뉴스답지 못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혜안을 키울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사는 것 자체가 전쟁이라면 알고 전쟁을 맞이하자.

앞으로 또 어떤 전쟁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