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주

논문은 학자의 학문적 얼굴이다. 따라서 학자는 가치있는 논저를 내야한다. 명저는 내용이 핵심이다. 좋은 내용을 좋은 문장으로 기술하면 금상첨화다. 어떤 내용이 가치가 있는 것 인가.
첫째, 이제까지 연구되지 않은 가치있는 새로운 연구를 해야한다.
둘째,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의미있는 내용을 담아야한다. 이는 기본이자 상식이다. 그 업적이 본인에게는 불멸의 명예가 된다.
독자는 그것을 온고지신하면 개인의 인생을 역전시키거나 문화역사의변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일반상식을 활용하여 학문적 성공을 거둔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이하곤(李夏坤)의 문집 ‘두타초(頭陀草)',‘남유록(南遊錄)' 1722년 11월 24일 일기에 ‘춘면곡(春眠曲)은 이희징(李羲[喜]徵)의 지은 것이며 시조별곡(時調別曲)이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여러 사람 논문을 쓰기 위해 이 책을 읽어 보았지만 이 대목을 주시하지 않았다. ‘시조(時調)’와 ‘별곡(別曲)’은 초등학교 때 배우는 상식에 속한다.
이 상식을 활용했다면, 위의 기록을 매우 주목했어야 한다.
이 기록을 통해 3가지 사실을 규명했다.
조선후기 12대 가사 중의 하나인 춘면곡의 작자, 별곡은 가사의 별칭, 시조의 한 의미는 당시(當時)에 유행하는 곡조(曲調)라는 뜻으로 썼다는 점이다.
남유록은 시조라는 용어가 보이는 현존 최초의 문헌이며 시조의 의미가 유행가로 쓰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현존 최초의 기록이다. 이 논문은 지금 조선후기 가사의 편년을 밝히는 논문에 거의 인용되고 가사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개는 알고 있다. 상식을 통해 얻은 큰 수확이다.
상식이 부족하여 오류를 범한 최근의 사례를 보자.
선양사업(宣揚事業)의 한자를 몰라 선장(宣場)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10월 28일 화요일 9면 텔레비젼 방영내용을 설명한 한 신문에 ‘타짜 sbs 밤 9시 55분, 12년형 받고 수감된 고니’라고 했다. ‘김곤’이며 ‘곤아’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최근 1~2년 필자는 우리지방에서 개최하는 논문 발표장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 학자는 ‘자기 눈의 대들보는 안 보여도 남의 눈의 티끌은 보인다’,‘등하불명’이라는 말을 명심해야한다.
발표자는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하는 학문적 오류의 대들보를, 토론자가 과학적 안목으로 찾아 주기를 기대해야하고 토론자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야한다.
필자는 이런 관점으로 발표자의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일부 발표자와 토론자는 서로 봐주기식으로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나의 이런 점에 대해 공격적이라고, 반 농담으로 웃으면서 말하기도 한다. 본래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
이런 학문풍조가 확산 보편화된다면 학문 발전을 위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인간적으로 친숙할수록 논문의 오류와 미비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해주어 양질의 논문으로 완성하도록 조력해야한다.
주지하다시피 학문하는 자세와 방법에 따라 학문결과가 달라진다.
논문의 질은 발명특허급논문· 실용신안급논문 · 의장등록급논문 · 고가휴지급논문으로 대별할 수 있다. 논문은 학자의 학문적 얼굴이다.
학문의 얼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학자 자신의 식견이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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