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우리가 도덕적인 문제들을 논의 할 때 어떤 가치 판단이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은 아마도 현대인들의 사고에서는 가장 혼란스럽고 복잡한 일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도덕적 가치 판단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며, 도덕적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피상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가치 판단이 옳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가 굳이 윤리나 철학을 힘주어 말하거나 읊조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 문제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판단해야만 한다. 도덕적 가치 판단은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기본이면서 정의를 실현 할 법질서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적 판단의 양질(Good quality)은 법제도의 기준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흔한 예로,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우등하다고 믿는 저속한 문화에서는 못가진자들에 대한 평등한 대우를 인정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며, 가진 자들의 잘못된 도덕적 가치가 오히려 정당성을 추구하려는 괴변들로 만연해 있어서 우리의 건전한 사고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이뤄지는 도덕적 가치 판단을 대체로 너그럽게 용인하지만 ,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한 이유는 가치 판단에 대한 정의는 문화마다 다를 수 있으며 하나의 문화에서 배척되는 가치가 다른 문화에서는 받아들여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문화의 도덕적 기준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하는 것이 타당할까?
 
우리가 낯선 도덕적 결해에 직면하면 통상적으로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을 발견하려는 성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더 주의 깊게 판단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의 기준과 차이가 나는 모든 것들을 나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다른 문화의 도덕적 가치에 타당하게 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는 어떠한 근거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합당한 것인가?
 
우리가 도덕적 판단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신뢰성이 있는 근거로 국가나 문화를 뛰어넘는 인간의 기본적인 소중한 권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인간으로서 사랑과 존중을 받을 권리 그리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가 가장 근본적인 것이며 우리 삶의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생명이나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권과 같은 권리가 여기에서 파생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아울러 사랑하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함을 가슴깊이 되새기며 올바른 도덕적 가치를 위해 건전한 사고를 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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