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불경 현우경(賢愚經)의 빈녀난타품(貧女難陀品)에는 '빈자일등'이라는 고사가 있다.
 
석가모니가 사위국(舍衛國)의 한 정사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 곳의 왕이나 부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석가모니에게 바쳤다.

그러나 난타(難陀)라는 가난한 여인은 석가모니에게 등불 하나를 바치고 싶었지만  너무 가난해 할 수가 없었다. 여인은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걸하여 겨우 한 푼을 구했다. 여인은 그 돈으로 기름을 살려고 했지만 기름 장수는 너무 적은 돈이기 때문에 기름을 팔지 않았다.

여인은 간절히 기름장수에게 간절히 기름을 팔 것을 애원했고, 여인의 정성에 감동한 기름 장수는 등불을 켤 만큼 충분한 기름을 여인에게 줬다. 

마침내 난타는 등불을 켤 수 있었다. 밤이 깊어 가며 다른 사람들이 바친 등불은 기름이 닳거나 바람 때문에 꺼져버렸다. 그러나 난타의 등불은 다른 등불이 다 꺼진 후에도 꺼지지 않았다.

이때부터 가난한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베푸는 선행을 가리켜 불가에서는 '빈자일등'이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 켜는 소중한 등불 하나'는 왕이나 부자들이 가진 막대한 재물이나 권력이나 위세 앞에서는 너무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

만일 우리들이 사위국의 난타의 등불을 석가모니 앞에 놓을 경우, 왕의 등불은 제일 앞줄에 정중히 놓고, 그 다음은 부자들의 등불도 조심스럽게 놓고, 아마 신분이나 재물의 순서대로 등불을 차례로 놓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난타의 등불은 맨 끝에 놓을 것이고 가난하고 미천한 자의 등불을 마구 다룰 것이다.

현대를 살아 가다보면, 돈이 참 중요하고 편리한 물건임은 확실하다.
 

돈은 참으로 모든 것을 편리하고 가끔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도 만들어 준다. 돈을 많이 가진 자의 잘못은 덮어진다. 돈을 많이 벌고 이것을 '멋지게' 쓰면 돈을 가진 자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러한 실상은 사회에서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종교계에서도 자신이 속한 종교 단체에 돈을 많이 내면 귀한 분 대접을 받는다.

반면 생활이 힘들어 많이 내지 못하면 눈치를 보며 종교 집회에 참여한다. 종교 단체에서 봉사를 하는 리더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좀 살만한 집 사람들이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무리에 낄 수가 없다. 부자들은 많은 돈을 내놓고 멋지게 봉사를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 돈을 내놓을 수도 없고 시간을 낼 수도 없다.

그러나 먹고 살기 힘들어 돈과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사람은 난타처럼 부들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재물과 정성을 다른 이웃과 나누며 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난타의 등불과 같은 재물과 정성은 부유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겸손한 나눔은 난타의 등불처럼 꺼지지 않고 우리들의 영혼을 맑고 굳세게 만든다. 수천 년 전 난타가 석가모니에게 겸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등불을 바친 것처럼, 우리는 이웃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존경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어떤 자세로 내어 놓고 있는지 반성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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