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산외초 교장·수필가

숲속에선 매미가 '쓰르르 쓰르르' 노래하고 풀밭에서는 메뚜기 내외가 업고 놀며 하늘에서는 잠자리가 휙휙 포물선을 그린다. 여러 아픔 속에서도 여름이 익어 드디어 방학 시즌이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돌아보건대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늘 책을 생각하며 독서중심학교를 운영해 온 것에 위안을 삼는다.

물질과 비주얼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모습을 대하기 어려워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독서중심교육을 열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등교하면 책가방을 내려놓고 공기 맑은 운동장을 걷거나 달린 후 교실에 들어와 책을 펴는 것이다.

독서는 단지 내용을 읽는데 그치지 말고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창의독서노트를 마련, 기록해보며 생각을 키우게 돕는 것이다. 그래도 마지못해 책을 붙잡고만 있는 어린이가 많아 나 자신부터 진정한 독서법은 없을까 고뇌하던 중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연수를 접하게 됐다.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귀하고 유익한 연수를 만났다. 무엇보다도 궁금해 하던 인문고전에 대하여 알 수 있어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여는 토요도서관에 인문관련 도서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철학, 역사, 문학 세 분야 고전을 고루 비치 방학동안 학부모 먼저 모실 생각이다.

율곡 이이가 3세에 글을 짓고 아홉 번이나 장원에 급제하며 대학자요 정치가로서 위대한 삶을 이루어낸 것은 어릴 때부터 최고의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은 것이 기반이 됐다 한다.

율곡이 16세에 어머니 사임당을 여의고 잠시 방황하였으나 오죽헌에서 새로운 용기를 내어 장차 걸어갈 인생의 목표를 뚜렷이 하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자경문(自敬文)을 지어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것도 예사 일이 아니다.

입지(立志), 과언(寡言), 정심(定心), 근독(謹獨) 등 자경문은 모두 11조로 되어있는데 5조에는 독서의 의의와 방법에 대해서도 규칙을 정해 실천하고자 한 것이다. 20세에 이런 좌우명을 정한 것은 매우 놀라운 경지인데 훌륭한 가정교육을 기반으로 인문고전의 탐독과 깊은 사색으로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간 논란이 많았던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7월, 이달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 기본 가닥이 모호한 가운데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인성교육을 정의하고 있다. 예, 효, 정직, 책임, 배려, 소통, 협력 등 곱고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데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독서만한 스승도 없다.

특히 인문고전을 읽고 사색하여 삶의 소중함을 알고 열정으로 살며 무엇보다도 약자를 향한 사랑을 실천해야 함이 인문고전독서를 즐긴 성인들이 얻어낸 결론이라니 신비롭고 안심이 된다.

이번 방학에는 어른이나 아이나 각 자의 자경문을 정해보고 애써 실천함으로써 행복한 대한민국이 어서 왔으면 한다. 마음에 한가로움이 깃들어야 인성이 자라는데 그 길에 독서가 있다.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부터 꺼내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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