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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주의적 자아실현
황혜영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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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1.13  22: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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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혜영교수

환경오염과 생태파괴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문학과 문화에서도 생태주의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생태학적 상상력’에서 김욱동은 환경에 대한 세 가지 담론을 말하면서 에토스에 관계되는 규제적인 담론은 민족중심적 사고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로고스에 기대는 과학적 담론은 인간중심적 사고를 보여주는 것에 비해 파토스에 근거한 시적 담론은 생물중심적이라고 하였다. 앞의 두 담론과 달리 시적 담론은 뜨거운 가슴에 호소하며 추상적인 논리대신 극적이고 구체적인 수사에 기댄다는 것이다. 생태주의적 접근은 공해와 환경파괴, 자원고갈과 같은 환경문제를 직접 대상으로 삼는 표층 생태론과 인간과 자연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심층 생태론으로 나누어진다.
심층 생태학은 생태계의 위기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존재들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우월감과 지배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을 세움으로써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네스는 ‘생명의 평등성’과 ‘자아실현’을 심층생태의식의 두 가지 핵심요소로 꼽는다(구자희, 한국 현대 생태담론과 이론 연구).생명평등주의는 모든 존재들의 평등성과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며, 개개의 인간이 자연의 순환과정들 속에 깊숙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서 로빈슨 크루소와 방드르디의 정액이 스며든 땅에서 두 인물 각각의 피부색을 닮은 식물들이 자라는 환상적인 장면은 인간과 식물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평등의식을 담고 있다.
사로트의 ‘유년기’에서 어머니가 어린 나타샤에게 임신을 꽃가루의 수분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도 인간과 식물이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동등의식을 반영한다. 인물의 이목구비 자리에 다양한 야채와 과일들을 모아놓은 알쳄볼도의 그림 또한 인간과 사물의 평화로운 공생을 꿈꾸는 비차별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생명 평등의식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다른 생명체와 사물들에 대해 가지는 공감과 공동운명체 인식을 통해 타자와 사물들에게로 자신을 열어주고 자신의 내면에 그들을 포용함으로써 자아의 틀이 무한히 확대되는 자아실현으로 이어진다. ‘유년기’에서 나타샤가 이끼로 뒤덮인 땅에 등을 기대고 누워 모든 수액이 자신 안으로 스며들어 몸 안에 번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하늘과 자신 사이에 경계도 끝도 없어지는 것처럼 느낄 때나 ‘제 8요일’에서 조지가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마치 자신의 몸처럼 나무의 가지 끝까지 감각적으로 느낄 때 자기실현이 이루어진다. 자아실현은 개체로서의 자아와 그를 둘러싼 외부와의 경계가 사라지고 융합되어가는 자아의 팽창과 자아 안에서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내면의 분화의 양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자아가 타인에게로 더 나아가 자연으로 확장되어 우주를 우리 자신의 자아로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지배와 종속의 폭력을 극복하는 생태학적 자아실현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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