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국제교류실장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국제교류실장] 장마가 끝나자 연일 맹렬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 메르스 사태도 일단락되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산이며 바다며 바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지금 일본에선 고교야구가 한창이다. 해마다 춘계(3월), 하계(8월) 두 번 전국규모의 대회가 열리는데 정식명칭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이지만 매번 대회장이 되는 고오시엔구장(甲子園球場)에서 이름을 따 '고오시엔대회'라 불린다. 일본의 고교야구팀은 약 4,000개. 전체 고등학교수가 5,000개를 조금 밑도니까 여고나 특수고등학교를 빼면 웬만한 고등학교에는 다 야구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년도 지역대회 우승팀끼리 만나는 춘계대회보다 그 해 6월말부터 시작되고 시도군별 예선을 거쳐 한국의 도나 광역시에 해당하는 도도부현(都道府縣) 대표 49개 팀이 한 자리에 모여 펼치는 하계대회의 인기가 단연 높다. 일본에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흔히들 일본의 국기(國伎)라고 하면 스모(相撲)를 떠올리지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운동이 뭐냐고 묻는다면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야구라고 답할 것이다.

일본에는 '야구도(野球道)'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인들은 야구를 단순히 몸을 단련하고 정신력을 키우는 여타 스포츠와 달리 인간답게 살아갈 길을 가르치고 배우는 수도(修道)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의 고교야구 선수가 엄선된 엘리트들이라면 일본의 그것은 잡초, 즉 철저히 동네 출신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역전 채소가게, 모퉁이 정육점의 아들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우리 고장 학교팀이 시합을 하는 날엔 온 동네 주민들이 죄다 야구장에 나와 성원을 보낸다.

필자가 다닌 고등학교에도 물론 야구부가 있었다. 어쩌다 고3이 되면서 팔자에도 없는 총학회장을 맡았던 필자는 반강제적으로 응원단장으로 임명돼 지역 예선 전부터 단원들을 이끌고 불볕더위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매일 응원연습에 매진했다.

공립학교였기에 전략적으로 야구부를 지원하는 사립고를 이기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부르고, 수능이고 입시고 모두 제쳐놓고 죽을 힘을 다해 오로지 야구에만 몰두했다.

던지고, 치고, 달리고, 안타 하나, 실책 하나에 웃고 울었다. 그 함성, 그 감동... 쓰러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순수하기만 했던 그 시절. 누구에게나 그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들이 있기에 일본인들은 그리도 고교야구를 사랑하는 것이리라.

이제 며칠 뒤면(8월6일) 97회 하계대회가 개막한다. 오늘도 이글거리는 저 하늘에 우뚝 솟아난 적란운을 바라보며 잠시 30여 년 전 청춘의 한 페이지를 회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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