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요즘 인터넷에서 ‘착하다'는 말이 흔하다. 착한 몸매니 착한 가슴이니 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된다.
‘착하다’는 사전적으로 마음씨나 행동이 바르고 어질다는 의미이니 완고한 어른들이 변형된 뜻를 알게 되면 꽤나 당황스러워 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사회 일각에서 회자되는 착한 소비는 사전적 의미에 충실하면서 매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유행이다.
동티모르는 2005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수백년동안 다른 나라에 의해 점령당해 온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가난한 동남아 국가다. 우리에게는 상록수부대가 파병되었던 나라로 기억된다. 동티모르의 주요 생계수단은 커피.
커피의 재료가 되는 원두를 수확하기까지 대부분의 공정은 수작업에 의해 이루어진다.가난 때문이다. 비료와 농약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비쌀 것 같지만 원두를 수입하는 다국적 기업은 유명한 브라질 커피의 10분의 1가격 밖에 주지 않는다. 그러니 동티모르 경제는 항상 제자리 걸음이다.
2005년 동티모르 독립 뒤 일본의 한 기관에서 이런 사정을 알고 제값에 동티모르 커피 사주기 운동으로 시작된 것이 ‘착한 소비’의 발단이다. 현재 한국의 ymca에서도 직거래를 통해 커피를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하여 판매한다.
이렇게 착한 소비는 국가간 힘의 불균형에서 초래될 수도 있는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지양하고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를 보호하는 착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가공기술 없이 원료만 생산하는 국가는 대형 유통망을 가진 다국적 기업이나 강대국에 의해 점점 가난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착한 소비는 궁극적으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 수십 년간 농업과학자들의 노력과 농업 경영인들의 노하우 덕에 우리 국민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질의 곡식과 채소를 먹고 있다.
그들 작물들은 웬만한 재해도 이겨낼 정도가 되었으니 큰 태풍조차 없던 올해는 그야말로 전국의 작은 텃밭에도 대풍이 들었다.
공급이 많으니 가격하락은 당연한 결과! 그나마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쌀과 콩 등은 낫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매우 짧은 채소는 상하기십상이다.
올가을 전국의 농산물 주산단지에서 작물을 폐기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사실 식량 자급률이 30%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 주범은 풍년으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부진이다. 수확과 물류 비용을 고려하면 손해니 차라리 갈아 엎는 것이다.
마침 정부에서도 수급 안정을 위해 대상품목을 정해 지역농협이 산지폐기 대상 물량을수매하면서 해당 농가에 최저보장가격을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니 조금 위로는 된다.
하지만 계약 물량만 따지자면 그 효과가 10%를 조금 웃돈단다. 이럴 때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 때마침, 김장철이다. 다행히 김장에 들어가는 채소인 무·배추·고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채소들이다.
다른 해보다 몇 포기씩 김장을 더 하면 어떨까? 연일 중국산 식품의 위해성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 산지로 가면 안전한 식품도 얻고 착한 소비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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