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인식지수(cpi)란 게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데 그 산정 방법론에 대해 적지 않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한 나라의 청렴도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서 많이 인용되는 지표다.
한국은 올해 10점 만점 중 5.6점을 받아 180개국 가운데 40위를 기록했다.
1990년 대 중반 이후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5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속히 청렴선진국 진입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머지 않아 한국도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청렴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근거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이론을 들어 볼 만하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이름이기도 한 티핑포인트 이론은 사회현상이나 유행이 확산될 때 일정비율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극적으로 폭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살을 빼겠다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해도 어느 시점까지는 저울눈금이 눈에 띄게 잘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보면 사람에 따라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지나면 운동한 만큼 갑자기 눈금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티핑포인트다.
티핑포인트 이론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수학자 존 내쉬의 '부패균형점 이론'과도 비슷하다. 부패균형점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용인하는 부패수준점을 의미한다. 이 균형점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깨져 위·아래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부패방지 노력도 사실 우리 사회의 부패 균형점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행동강령 도입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측정은 공직사회의 부패균형점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민간 부문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의 부패 균형점을 떨어뜨릴 정도로 부패방지 성과가 아직 임계점에 이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 청렴도의 티핑포인트를 앞당기기 위해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민간분야를 아울러 좀더 근원적이고 일관된 청렴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부패를 유발하는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들을 찾아내 정비하는 것은 부패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효율적인 선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또 부패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도 절대 필요하다. 뇌물이나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할 경우 영업 정지와 같은 제재 조치를 강화하여 부패공급을 차단해야 한다.
부패수요자인 공직자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에서 징역에 더하여 뇌물액의 최고 5배 벌금형 병과, 징계 종류에 강등제 신설과 같은 처벌강화 대책을 도입하는 과정에 있다.
세계적으로는 반부패 국제기구들과 공조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제사회에 청렴정책을 정확히 홍보하는 것도 매우 긴요하다. 말콤 글래드웰은 작은 행동,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가져오는 티핑포인트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청렴도 향상은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인·국민·공직자들의 작은 노력들이 쌓인다면 그것이 어느 시점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갈구하는 국민들의 작은 바람과 실천들이 모여서 부패인식지수의 티핑포인트가 속히 도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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