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충북교총회장·청주교대 교수

 

[윤건영 충북교총회장·청주교대 교수]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인사동 거리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가족들의 일정을 고려해서 역발상으로 여름방학 가족 여행지를 서울로 잡았던 것이다. 인사동 거리를 몇 시간 관람하면서 전에는 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들이 뇌리에 남았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한 이유는 그동안 외국 여행을 하면서 인사동 문화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전에 인사동에 몇 번 와서 식당과 상점을 들렀던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외국 여행 경험이 없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가족들이 상품을 사려고 많은 시간을 고민할 때 나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각 중의 하나는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동안 몇 차례 인사동을 거닐 때는 그냥 우리 삶에서 보아왔던 것을 잘 포장해서 상품으로 전시해 놓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을 여행하면서 많은 외국 전통 문화를 체험한 후에 다시 들른 인사동 거리는 나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인사동은 우리의 혼을 담고 있는 소중한 곳이며, 풍토와 역사를 새긴 아름다운 문화의 보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사동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국제적인 문화거리라는 생각이 이번 여행에서 각인되었다. 유명하다는 외국 여행지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그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하지만 인사동에서도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전통 상품을 보고 구입하기 위해 오가는 외국인이 참 많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인사동은 우리 전통문화의 정체성 위기 현장이며, 거리 고유의 품격이 쇠락하고 있는 현장이라는 생각도 잊을 수 없다. 이전에 들렀던 인사동 거리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정서를 담고 있는 정겨운 전통문화의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상업을 목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낯선 문화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외국에서 본 전통문화의 거리는 그들만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처럼, 인사동 거리도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인사동다운 품격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 변화를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인사동 거리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메카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여행은 정작 우리나라를 여행하며 얻는 기쁨과 지혜를 더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가 내세우는 자랑거리에 놀라워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도 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과 품격을 지니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소득이었다.

마지막으로, 충북에서도 100년 이후 인사동 거리를 능가할 수 있는 전통 문화거리가 형성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육의 도시 청주에 고서를 모으고 판매하는 서점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다든지, 우리만의 특성을 잘 살려 수백 년을 뒤 국제적인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후세대가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자원의 보고를 남기려면 무언가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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