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최근 대법원에서는 변호사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전원합의체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형사사건에 있어 의뢰인과 변호인이 체결하는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판결이다. 위 판결의 주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위 판결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수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한변협에서는 발 빠르게 위 판결에 대한 긴급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미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을 번복할 수는 없다.

이 판결에 계기가 된 사건의 경위를 보면 이러하다. 상습절도로 구속 기소된 아버지를 위해 변호인선임을 하면서 석방에 대한 성공사례금을 약정한 후 위 약정에 따라 1억 원을 성공보수로 지급했는데, 형사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을 상대로 위 성공보수의 반환을 구한 것이었다.

1심에서는 불법성이 없다해 변호인의 반환의무를 부정했고, 항소심에서는 성공보수 자체는 유효하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지나치게 과중해 4000만 원은 반환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형사사건에 있어 성공보수약정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선언을 한 것인데, 다만 향후 체결되는 약정부터 효력을 부인해 법적안정성을 해치지는 않고자 하였다.

형사성공보수에 관한 약정은 보통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① 구속된 의뢰인을 석방시켜주는 경우, ② 양형과 관련하여 약정한 기준 이하의 형을 받을 경우, ③ 억울한 의뢰인에 대하여 무혐의처분 또는 무죄판결을 받도록 해주는 경우다.

①, ②에 해당되는 사안의 경우 대부분 검찰과 법원의 매우 구체적이고 촘촘한 기준에 따라 처리가 된다. 범죄전력, 피해자와의 합의 등 정당하게 고려할 수 있는 요소 외에 변호인이 누구이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바뀔 수 있다면 이는 온당한 결과가 아닐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의뢰인의 궁박한 심리를 이용하거나, 소위 '전관예우'를 기대하도록 하고 이에 기초하여 과중한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행태는 사법신뢰를 깨뜨리는 것으로서 이를 금지하도록 한 것은 일반국민의 이익에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불만인 것은 ③사안의 경우이다.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수사기관이라는 거대권력과 맞서 성실히 증거 수집을 하고, 변론을 하여 무혐의, 무죄를 받은 경우는 '성공'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변호사가 평균적인 노력을 할 경우 대부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모르지만, 어떤 변호사의 특별한 능력 또는 특별한 노력이 없었다면 억울함을 해소할 수 없을만한 사건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과제인 공정성 회복을 위한 대법원의 큰 결단이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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