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연일 계속되는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몸과 마음이 지쳐서 무엇인가 시원한 청량제 같은 일들이 우리의 불쾌지수를 낮춰줬으면 하는데, 매스컴에는 연일 부도덕한 정치인의 비리와 금 숟가락을 물고 나온 자들의 재산싸움으로 얼룩져 우리의 짜증을 제대로 더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럴 때 잠시나마 우리를 진정시키고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 한마디 재치 있는 '유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시내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기사아저씨의 특이한 방송이 나의 귀를 사로잡았다.

"승객 여러분! 잘 익은 사과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순간 버스 안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잠시 후 기사아저씨가 "바로 풋사과가 됩니다. 그러니까 날씨가 조금 덥다고 해서 짜증을 내지 마시고 크게 한번 웃어 보세요" 라고 말하자 이곳저곳에서 승객들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고, 한 번 화내면 한 번 늙는다(一笑一少一怒一老)"를 생각해 보면, '잘 익은 사과가 풋사과가 된다'는 기사아저씨의 질문과 대답은 정말로 좋은 의미가 숨겨져 있는 재치 있는 유머라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어사전에서 유머의 의미를 빌자면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으로 정의되어 있다.

아울러 '우스개', '익살' 그리고 '해학'이나 '순화'로 표기되어 우스개나 익살 또는 해학의 의미를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요즘은 좋은 사람과 만나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특정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모임을 원하고 그 일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예컨대 가끔씩 초보운전자의 뒷 유리에 붙여진 스티커의 '차안에 브루스 리 있다' 또는 '나도 내가 무서워요' 라는 문구를 보면 건방진 느낌을 받아 쓴 웃음을 짓게 된다.

반면에 '난 이미 틀렸어. 너 먼저 가!' 라고 쓰여진 문구를 보면 반 말투이지만 '양보를 하겠으니 먼저 가시오' 라는 의미가 있어 저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유머는 힘들고 어려울 때 큰 힘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웃음은 내적조깅(internal jogging)이기 때문에 우리의 순환계를 강화시켜 주고 인체 내부의 찌꺼기를 정화시켜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힘든 상황일수록 유머가 발휘하는 진가의 성향이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웃음을 불러오고 내면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웃음이고 유머감각이기 때문에 흔히들 '유머는 곧 마인드' 라고 외치지 않는가!

그런고로 우리 모두 유머와 웃음이라는 삶의 비타민을 마음껏 섭취해서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짜증을 불러오는 모든 일들을 이 무더운 여름의 더위와 함께 날려 보내면서 유쾌하고 즐거운 인생의 휴식처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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