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새로운 혁신적인 산업이 탄생되고 번성하고 소멸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한 지역에서 소규모의 혁신적 기술자들로 시작되었다가 제품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인정받아 시장이 성숙되면 다음 단계에서는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동종업계가 같이 모여 대규모 단지를 형성하여 대량생산 체제로 넘어간다.

그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제품은 이제 기술이 노출되어 누구나 만들기 쉬운 제품이 되고 시장에서의 독점력이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생산시설을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저개발 국가로 이동한다고 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자동차가 그랬고 TV도 그랬고 컴퓨터도 그랬다.

이제는 그 단계가 더 단축돼 애플의 아이폰 경우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설계 및 디자인은 전문직 노동력이 풍부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이루어지고 생산은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 선전의 폭스콘사에 맡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갑의 위치는 물론 미국의 애플 본사의 몫이다.

다시 말하면 혁신 분야의 키를 갖고 있는 주체가 사업 성공으로 인한 대부분의 열매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 분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노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로봇으로 대체 불가능한 설계 및 디자인 같은 분야이다.

미국도 지난 20세기에는 지금의 우리나 중국처럼 제조업을 통해 국가의 부를 이루어 왔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 상실로 많은 공장들은 문 닫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노동력은 상대적으로 저급의 보수를 받는 서비스 일자리로 내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이 최고의 국부를 유지하는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기술혁신의 선봉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힘이며 성장 동력이라고 설파했다.

하지만 미국의 번영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우수한 인재의 원활한 공급이 필요한데 재미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도 자주 언급한 적이 있듯이 교육문제에 있어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문직을 담당할 대졸자의 비율도 떨어지고 실제로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위해 필요한 수학, 과학능력을 측정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국가별 점수에서도 미국은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등 대부분의 경쟁국가보다도 훨씬 뒤처지는 중간 정도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우수한 이공계 인재에 대한 관용적인 이민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하지 않는 미국 학생들을 대신해 인도, 중국 등에서 교육받은 우수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 받아 그 공백을 채운다는 것이다.

혁신 분야에서 갈수록 부족한 우수 석,박사 고급인력 문제에 당면한 우리도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참고해 볼만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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