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북한에 의한 목함지뢰 폭발사건 이후 전개되는 남북 간 대치 상황 속에 북한 TV가 내보내는 뉴스의 한 장면은 구태의 일방향적 소통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며, 양방향적 소통방식에 이미 익숙해진 우리의 미디어 정치 소비문화와 비교돼 코미디 연출 같은 그들의 방송 내용에 무엇을 더할 필요도 없이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예를 들면, 예비군 훈련 영상이 흘러가는 동안 오디오 멘트는 남한의 예비군들이 작금의 상항에 동요돼 자리를 이탈하거나 불안에 떨며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는 식이다. 영상에는 일상적인 훈련 장면이지만 오디오만 바꾸어서 거짓으로 편집해 내보낸다.

또 하나는 대형 마트에서 쇼핑하는 한 고객이 여러 상품을 담는 장면을 비추는데, 라면 등 식품을 담는 장면에서 역시 오디오를 살짝 바꾼다. 전쟁 위험에 두려워서 사재기를 하는 장면이란다.

그리고 또 하나 거짓 방송의 결정판은 멀쩡한 공항 내의 영상 장면을 보여주면서 두려움에 떨며 이탈하는 엑소더스가 시작된 것 마냥 설명을 갖다 부치는 것을 보면, 한편의 서글픈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미디어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며 남한의 양방향 미디어 정치 상황과 매우 비교돼 대조된다.

물론 국내의 미디어 정치에서도 갈등은 늘 상존하고 때로는 심각해 그 진단과 해소 방안 등을 고민하는 와중에 있기도 하다. 통상 민주주의 정치의 기저에는 늘 시끄럽게 왁자지껄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지표의 외양일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발전한 우리의 양방향 미디어 정치 상황은 어떤 문제든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며, 양방향적 소통 공간에서 이뤄지고 정보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도 자유로움을 구가하고 있다.

인터넷 이후 미디어 정치의 갈등에 대해 때로는 심각할 정도로 우려를 해온 것에 견주어 보면 최근 북한의 TV 미디어가 매우 폐쇄적이고 일방향적인 거짓 영상이 대조되는데, 마치 무서운 질병의 백신 효과가 일어난듯해 그동안 시끄러웠던 양방향 미디어 정치 갈등 현상이 우려보다는 건강히 살아 있다는 실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온라인은 여전히 '만인의 공론의 장'으로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살아 숨 쉬게 하려면 다원성과 자율성이 지켜져야 한다. 또 이것은 이념과 세대, 지역과 이익 집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용광로의 역할도 오프라인에서 제도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여전히 정보의 불균형은 없는 것인지 살펴야 할 것이고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도 새삼스레 강조되는 시점이다.

사회통합의 막중한 책임은 이렇게 소통의 문제에서도 매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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