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요즘 교육계가 뒤숭숭하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교육감들의 부정부패와 일부 교사들의 어린 학생 구타, 성추행 같은 교사 개인적인 자질문제에서부터 역사교과서 채택에 따른 갈등, 교육청의 전교조에 대한 잇단 단협 해지, 특수목적 학교의 신증설에 따른 과열화, 일부 영향력 있는 사립대의 독선적 입시와 이에 대한 소송제기 등 이념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꼬일 대로 꼬여 있다. 차분하고 신성하기까지 해야 할 교육계가 무슨 복마전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갈수록 국민들의 자녀교육은 힘들어지고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만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교육계의 뒤틀린 현상은 교육문제를 본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보다는 늘 정파적인 접근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시대 흐름에 따른 교육 수요자들의 폭발적인 욕구변화를 교육정책 담당자들이나 일선 교육자들이 잘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법률이나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미흡하고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나 정책의 시행이 원칙에 의하기보다는 정치권력에 편승하다보니 늘 본질을 놓치기 일쑤이다.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육자들의 의식 역시 시대변화를 따라잡기보다는 구태의연하여 수요자들의 다양하고 특별한 욕구들을 채워주지 못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응용적인 측면에서 현장을 만족시키는 정도가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현장과 작업 현장과의 괴리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늘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요자의 이해관심이 첨예하게 달린 문제를 공급자 관점에서만 풀어내려고 하다보니 문제의 반도 해결되지 못한다. 이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및 사회 전반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요즘 교수들은 대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공급자가 주관적 입장에서 설계하고 만든 제품에 대해 수요자들이 무조건 흥미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덕분에 취업 사설학원은 학생들로 메어터질 지경이고 우수인력의 해외유출은 늘기만 한다. 오늘날 교육 수요자들이 표출하고 있는 다양하고 특수한 요구들은 시대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런 욕구상승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교육담당자들은 이것을 완벽하게 변화의 물결로 받아들여 이해하고 또 그 변화를 소화해낼 수 있는 제도의 개선과 정책수행에 앞장서야 한다. 당연히 여기에는 공급자들의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최근 국립대의 통·폐합에 이어 법인화까지 전광석화 같이 해치운 일본 정부가 그동안 교사들에게 제공하던 각종 특혜를 철회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있다.
일본을 통해서 보더라도 한 국가의 경쟁력은 시대변화와 수요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교육제도의 생성과 실행에 달려있다. 갈수록 뒤엉키기만 하는 우리의 교육문제를 조금씩이라도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나 정책의 수행에 있어서 일관성과 함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일관성은 국민의 정신영역과 그리고 유연성은 시대변화 및 수요자의 욕구변화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유연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교육서비스 공급자들의 태도변화가 강력하게 요구된다. 현시점에서 이들의 극적인 태도변화 없이 수요자들의 불신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테면, 교사평가와 같은 제도는 광범위하고 투명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교사들 또한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해야 한다.
능력 없는 교육자들은 재교육을 받거나 현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처럼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할 때 교육이 시장을 만족시키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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