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러나 행복은 상대적이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박탈감을 느낀다면 행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남녀 수는 비슷하지만 사고방식은 함께 평등한 행복을 누릴 만큼 자유로울까?

이게 궁금해서 성평등교육전문가포럼에서는 충북의 16개 대학의 남녀 학생 약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만한 대학 생활을 위해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 과음 후 이성 선후배나 동기를 재워줄 수 있다는 생각은 남학생이 더 긍정적이었다. 이는 동료의식과 관련 있다. 그래서 남학생들은 남학생끼리 일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여학생보다 더 강하게 했다. 상대적으로 여학생들의 동료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이는 여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술자리에서의 음담패설이나 야한 농담, 술을 따르거나 안주를 먹여주는 행동 등에 대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술 문화 때문에 여성을 동료가 아닌, 성적 노리개로 보는 사회 관습이 생겨나고 종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터지는 것이다. 우리가 인재로 길러낼 미래 사회의 리더인 대학생들이 잘못된 문화적 학습으로 동료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양성 모두의 입장에서 큰 손실을 볼 것이다.

반대로 여학생은 사회적 관습에 대한 저항적 태도가 더 강했다. 사회통념상 취업이 시급한 남학생에게 취업의 기회를 먼저 부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고위 관료나 경영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문제의식, 동성애에 대한 관대한 태도, 자신의 성 고정관념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느끼는 비율 등은 여학생이 높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술값을 남녀가 같이 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 제때 주먹을 쓸 줄 아는 남자가 멋있다는 생각, 데이트 신청이나 청혼은 남자가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 등은 여학생들이 더 긍정적이었다. 이는 여학생들이 유리한 사회문화적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학생들은 성적인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부당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더 컸다. 이는 남학생들이 역차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는 신체적으로 다르지만, 이 차이가 사회 활동에서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래의 리더인 대학생들의 의식은 남녀 모두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하나하나 짚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바로 지금의 사회 리더들이다. 이들의 모습을 따라 미래의 리더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회가 얼마나 더 좋아질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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