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상당구 용암2동주민센터] 용암2동 주민센터의 문턱을 넘은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필자는 첫 임용부터 지금까지 계속 노인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데, 용암2동은 전체 2만 5380명 중 65세 이상이 2007명으로 인구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노인 비율이 높은 곳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어르신들과 상담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어르신을 대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여겨왔었다. 하지만 한 사건을 통해 이는 큰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발령 후 6개월이 지났을 무렵, 기초연금을 신청하기 위해 한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평소와 같이 소득, 재산에 관한 간단한 상담이 이뤄졌고, 신청서 작성법과 제출 서류를 안내해 드렸다.

그때부터 어르신의 표정은 굳어졌고 약간 상기된 듯 보였다. 말씀인즉, 조사하면 다 나오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쓰라는 것이 많고 내라는 것이 많으냐는 것이었다.

나는 흥분한 어르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최대한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해 드렸지만 자신은 글을 쓸 줄 모르고 관련 서류도 어떻게 떼야 하는 지 모르니 무작정 신청해달라고만 하셨다.

그 순간 저렇게까지 떼쓰는(?) 어르신이 너무 야속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좋지 않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이 웃어른에게 예의가 없다며 더 화를 내시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찾아오셔서 서류 관련해 해당 담당자와 며칠씩 실랑이를 하시곤 했기에 어르신의 방문이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러다 몇 개월이 지나 "요새는 안 보이시네…."하며 안도하고 있을 때,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둔탁한 것으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가족과 단절돼 오래전부터 홀로 살고 계셨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이셨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어르신을 보며 좋은 표정을 지어 보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후회스러웠다.

그날 이후 나는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억지를 부리고 화를 내시는 어르신들은 종종 찾아오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지 않은 무표정 대신 밝은 얼굴로 대하니 짜증을 내다가도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셨다.

계속 그렇게 하다 보니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좀 더 융통성이 생겼고 자연스레 마찰을 빚을 일도 줄었으며,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줘 고맙다는 말도 듣게 됐다.

사람의 관계나 의사소통은 상호적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민원인의 반응도 달라진다.

민원인이 나에게 화내는 것만 서운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설명이나 대처가 부족하지는 않았나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글을 못 읽고 쓰시는 것에 대한 창피함 때문에 더욱 큰 소리를 내시는 경우가 많다.

원리원칙 만을 기계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어르신의 입장에서 불편함 점이나 어려움이 없는지 한번 더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알게 되었다.

1년 전, 그 어르신과 만나지 않았다면 민원인을 맞이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나에게 깨달음을 주신 어르신에게 마음속으로나마 감사의 말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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