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충북도 재난컨트롤타워
1 재난안전실 신설… 지휘체계 혼선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통합 기구를 내세워 국가적 위기 발생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두지휘할 수 있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탄생한 조직이 바로 국민안전처다. 국민안전처 출범 300일을 앞둔 지금까지도 정부는 컨트롤타워 신설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 메르스 사태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때 허둥지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충청일보는 충북도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충북도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국민안전처 신설 이후 국가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지휘혼선 문제가 여전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얼마 전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명확하지 않은 지휘체계로 혼선을 빚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충북도가 지난 1일 신설한 재난안전실 역시 곳곳에서 지휘체계 혼선 가능성이 드러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재난안전실은 기존 각 부서가 담당했던 안전관리, 자연재난관리, 재난안전상황실 운영 등 재난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통합해 재난안전상황 발생시 컨트롤타워역할의 임무를 맡게 됐다. 신설 초기부터 일각에서는 충북도소방본부와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적이며 재난상황시 지휘혼선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방본부장과 재난안전실장의 지휘체계에 혼선을 가져올 재난안전관리 기본법과 충북도행정기구 조례 일부를 지적했다.

충북도행정기구 조례에는 "재난안전실은 사회·자연 재난에 대한 대비·대응·수습을 총괄한다"고 임무를 부여했다.

조례에 언급된 사회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으로, 이에 대한 지휘권은 이미 소방본부장 혹은 소방서장이 맡고 있는 임무다.

또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재난상황이 발생할 경우 소방본부장을 단장으로한 긴급구조통제단을 편성해 구조·구급대응을 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어 복합재난상황 발생시 누가 총괄지휘를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선 소방관들은 "현재 법 조항으로는 현장경험이 전혀 없는 행정공무원이 지휘를 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임무가 명확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우왕좌왕 하게 된다"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자칫 초동대응 실패로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충북도 국 편제순서와 각 수장의 직급도 문제다.  

재난안전실장은 2급 이사관 부이사관 급인데 반해 충북도소방본부장은 소방준감(3급)으로 직급에 차이가 있다. 

또 국(局) 편제순서도 기획관리실, 재난안전실이 상위에 편제된데 반해 소방본부는 편제순서상 가장 뒤에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가 최근 시범적용하고 있는 재난현장 대응 표준체계에서도 이들 간의 명확한 지휘보고체계가 구분돼 있지 않아 자칫 중복·지연보고로 초동대응조치에 소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했다.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정기신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재난컨트롤타워로서의 재난안전실은 매우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완할 부분이 매우 많다"며  "좋은 취지로 만든 부서로 인해 자칫 초동대응실패로 이어져 대형 인명피해를 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수많은 현장에서 대응하고 지휘경험이 있는 소방본부에 지휘권한을 전임하고 재난안전실은 행정지원 등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며 "이를 법이나 조례로써 분명히 하고 자리싸움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서둘러 정비를 마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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