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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구나, 나의 일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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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31  19: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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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자 수필가] 늘 반복되는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할 곳으로 향하고 어둠이 밀려올 때쯤에 다시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집으로 온다는 사실의 고마움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이 후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접하면서 불안과 초조의 나날을 살아야 했던 이십여 일은 일상의 파괴였다.

특히 민통선 접경 지역 주민은 대피라는 이름으로 난민 수용소의 피난민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했으며 전 국민도 수시로 전해지는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사람이 모인 자리마다 전쟁이 발발하면 피난을 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진지했으며 가만히 집안에 앉아 있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맥 빠진 결론 앞에서 일상은 뒤죽박죽 엉켜 버렸다.

필자도 남북한 고위급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것이라는 속보를 접한 날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집안에서 불안한 마음을 방송에 의지하며 주말을 보냈었다.

그 후 무박 4일간의 고위급 회담이 진행됐고 들려온 소식이라고는 지뢰 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한마디 없고 포격에 대한 사실은 언급조차도 없는 모호한 공동합의문이 전부였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남북협상의 한계라고 말한다. 남북한 사이는 애초에 이기고 졌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히기도 어렵고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겠다느니 통일 대박 시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임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 초라하기 짝이 없는 공염불이었다고 대부분 국민은 평가하고 있다. 공동합의문 6개 항목의 상시적 이산가족 상봉 협의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의 재개는 이미 예전에 반복하던 것을 재개한 것뿐이다. 또 지뢰 도발을 지뢰 폭발이라고 하며 유감이라고 표명한 점도 이번 사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기겠다는 북한의 의도임에도 정부는 묵인하고 말았다.

북한 주체의 사과를 받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그에 대한 내용은 단 한 구절도 못 얻었다.

국민은 전쟁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기대하며 온종일 언론을 의지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전쟁을 불사하느니 보복과 응징으로 초전 박살을 내겠다느니 하며 오히려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데 열을 올리던 언론의 모습만을 봤을 뿐이다.

오늘도 방송은 각종 소식을 쏟아낸다. 듣다 보니 속이 시끄러워져 슬며시 전원을 껐다. 걸레로 거실 바닥을 닦고 주방으로 가 맛난 음식을 만들었다. 태양이 잠들고 어둠이 찾아와도 전깃불 덕분에 일상은 변함없이 계속됐다.

비록 온종일 일을 하느라 피곤했지만, 집으로 돌아와 누리는 주부의 일상 업무에 충실했다. 가족의 무탈과 내 일상이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고마워하며 이 작은 행복을 누리기 위해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정부로부터 국민의 권리는 보장되고 있는가, 슬며시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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