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1914년 7월 28일에 발발해서 1918년 11월 11일에 끝난 제1차 세계대전은 군인 9백만명 이상 그리고 7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1920년대 대한제국(일제강점기)의 인구가 1700만명 정도로 추정되므로 한 국가의 인구가 몰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 8월 4일에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참전한다. 이를 통해 일본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중국정부로부터 여순(旅順), 대련(大連)의 조차(租借) 기간 연장과 만주철도의 조차기간 연장을 얻어낸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1939년에 독일의 폴란트 침공이 시작되자 1941년 12월,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침공하는 무력도발을 일으키고, 말 그대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대 전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 이전에 이미 일본은 1937년 7월에 중국을 침공하는 일중전쟁(중국명 항일전쟁)을 일으킨다. 그해 베이징과 텐진을 점령하고 12월에는 수도 난징(南京)을 점령하여 시민 수십만을 살육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쟁에서 중국인 1200만명이 잔학하게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독일 일본 등 전쟁국가는 군인 650만명 이상, 시민 170만여명이 사망했고, 죽은 일본 사상자에는 식민지국가였던 한국으로부터 강제징용된 군인과 노역자들은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조차 어렵다.

이 전쟁을 통해 현 대한민국의 인구수와 맞먹는 4800만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와 8월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일본은 연합군측에 무조건항복, 일본에 의해 식민지화 되었던 많은 국가들이 독립과 광복이라는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이 말하는 평화헌법은, 헌법9조를 가리키는 말로, 1항에서 “전쟁포기”, 2항 “전력 불보유”, 3항 “교전권 부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아베정권은 제9조2항에 자위군에 대한 항목을 신설하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 나아가 국가 및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내각총리대신을 최고지휘권자로 하는 자위군을 보유한다’,고 명기함으로써 “전력 불보유”국가에서 “전력 보유국”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또한, ‘법률이 정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조해서 행하는 활동 및 긴급사태에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 혹은 자유를 지키기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함으로서 “사실상 교전권을 용인”하는 형태로 개정한다.

결국 일본은 자위대라는 군을 보유함으로써 전쟁을 할 수 있는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이전의 보통국가로 변신하는 것이다.

왜 일본은 아니 아베정권은, 전국민적인 저항을 무릅쓰면서까지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 용을 쓰는 것일까?

일본의 유명평론가인 타하라 소이치로(田原総一朗)의 말을 빌리면, 첫째, 제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침략전쟁으로 귀결된 도쿄재판이 승전국에 의해 조작되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도쿄재판의 역사관’을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익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정당화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도쿄재판의 역사관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패전 후 일본은 대미종속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주체적인 외교전략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과 대등한 관계가 되고 싶다는 욕망, 즉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더 강한 국가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이유를 붙인다면, 지금 일본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전쟁의 참혹함과 광기를 경험하지 않은 전후세대라는 점이다. 일본은 지금 ‘반성’이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고 한다. 평화헌법 제9조 개정에 대한 전국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베총리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약육강식이라는 미명하에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고 부를 축적하여 미국 다음으로 경제대국을 이루었던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통해 빼앗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말로만 외치던 평화의 진정성을 되새기지 못한다면, 일본의 미래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잔혹한 잿빛으로 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