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석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 사무처장] 매미의 울음소리가 희미해지는 것을 보니 이제 여름이 가려는가 보다. 집 울안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어 여름 내내 귀가 먹먹하도록 악을 쓰며 울어대던 매미의 울음소리에 아침잠을 깨곤 했는데, 종족 번식을 위해 안간힘을 써가며 남은 힘을 다해 가냘프게 울어대던 그 애절한 울음소리도 이제 얼마 안 있어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테니 그저 안타까움만 더한다. 그러나 사무실 나무에 매미가 있고 변태(變態)한 껍데기도 여러 개 가지마다 매달려 있어 언제든지 매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매미의 일생(一生))

몇 년 전, 오찬 후 무심천 둑으로 나선 산책길에 길바닥에서 왕매미 한 마리가 개미들의 공격을 받아 퍼덕거리고 있어 얼른 주워 개미를 떼어내고 풀 섶에 올려놓았다.

다음날 풀 섶을 들춰보니 매미는 그 자리에 있으나 움직이지 않기에 그 길로 사무실로 가져와 가느다란 실로 나무에 매달아 주었고, 그 후로도 산책길에 몇 번 더 매미와 껍데기를 주워 와 화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더니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사시사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웬 매미냐고 하면, 유충이 변태해 성충이 돼서 이곳저곳 긴 여행을 하다가 생을 마감할 즈음 다시 제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면 반신반의하며 신기해하곤 한다.

매미는 애벌레로 땅 속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 정도 있다가 변태를 하고 성충이 된단다.

성충이 된 매미는 암컷을 맞이하기 위해 수컷만 울며,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가 끝나면 생을 마치고 암컷은 나뭇가지 구멍에 알을 낳은 뒤 생을 마친다고 한다. 종족 보존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긴 시간을 땅 속에 있다가 지상에 나와 일주일에서 길게는 겨우 보름 정도를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경솔함)

얼마 전 신문에서, 한 공원 나무에 둘러쳐진 비닐 테이프 아래 매미 유충 껍데기가 매달려 있는 사진을 보았다.

매미는 유충에서 성충으로 탈바꿈하는 2~3시간 동안 천적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변태를 하는데, 사람들이 쳐놓은 비닐 테이프 때문에 더 높은 곳, 좀 더 은밀한 곳으로 숨지 못한 유충들이 그곳에서 변태를 한 것이라고 신문은 주석(註釋)을 달고 있다.

도대체 인간들의 경박함과 이기심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귀뚜라미와 여치 등 이름 모를 곤충들이 가을의 선창(先唱)을 대신한다지만 어느새 우리 등 뒤로 저만치 멀어져 가는 여름을 보내려니, 무지(無知)한 인간들이 속절없이 울어댄다고 야속해했던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못내 아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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