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단양 취재본부장] 충북 단양은 예부터 산수가 아름답고 예스러움이 전해져 온다. 민족의 명산인 단양 소백산을 비롯해 월악산과 도락산,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산 등 단양팔경의 깊은 계곡을 품고 크고 작은 명산들이 즐비하다.

전체 면적에 83%가 임야로 구성된 단양군은 소백산과 월악산국립공원으로 둘러 싸여 있다. 그만큼 보존할 가치가 크다는 의미다. 대나무 죽순처럼 하늘 높이 솟은 암벽과 천혜한 자연환경 탓에 한해 단양지역 산을 찾는 관광객만 300만 명이 넘는 아름다운 곳이다. 예부터 단양은 금강산과 비교돼 왔다.

단양의 지명은 연단조양(鍊丹調陽)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연단(鍊丹)은 신선이 먹는 환약이며 조양(調陽)은 빛이 골고루 따뜻하게 비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곧 단양은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이란 뜻이다.

단양은 우리 땅에서 수묵화와 가장 닮은 유교산수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런 이유로 김홍도, 정철 등은 단양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붓으로 담아 빚어냈다.

단양 명산에서 만들어진 단산오옥(丹山烏玉)이 출토된 지 17년 만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13세기 고려 시대 목관 묘에서 나온 단산오옥은 지난 1998년 청주 한 도로공사 현장에서 출토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랜 된 먹(墨)이다.

단산(丹山)은 충북도의 단양현(丹陽縣)의 고려 때 지명이다. 오옥(烏玉)은 오옥결의 준말로 먹(墨)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즉 단산오옥은 단양의 명산에서 만들어진 먹으로 품질이 좋아서 특별히 단산오옥으로 불렸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 등에는 단양의 토산품 중 가장 으뜸이 단양 먹이라는 기록이 있다.

먹(墨)은 개념적으로 색깔이지만 공리적인 색으로도 이해돼진다. 일반적인 형상에 결속된 고유색이 아니다. 색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형이상학 개념의 빛깔을 갖고 있다. 먹(墨)은 단순히 보면 검은색이지만 만상의 색과 향을 갖고 있다.

흥부가에도 먹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비가 물고 온 박 속에도 사향 먹이 나왔다고 한다. 사향 먹으로 쓴 글씨를 방안에 걸어 두면 그 향내가 몇 달이 간다고 한다.

옛 기방에서도 사향 먹으로 쓴 족자 글을 가지고 있으면 그 미향으로 인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옛 벼슬 사회에서는 최고의 뇌물로 사향 먹을 꼽았다. 지금에 향수 대신 먹을 사용한 모양이다.

서양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도 어쩜 한국화(동양화)를 통한 먹(墨)의 세계가 아닌가 싶다.

때맞춰 단양군이 4대째 이어오고 있는 단양을 닮은 자석벼루 명품화 사업에 나선다. 지역 향토자원을 이용해 맥을 잇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우리 문화의 전통성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늦게나마 단양의 명산들과 먹(墨)문화가 새삼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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