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 교수] 임기의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가 강력한 노동개혁을 예고함으로써 야당 및 노동계와의 파열음이 높아지고 있다. 논란이 되는 노동개혁의 주요 핵심은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실업자 구제와 성과가 낮은 근로자의 쉬운 해고다.

이 두 가지 노동개혁은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다만, 어떻게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하고 실행하느냐가 주요 관건이다. 노동개혁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는 우선, 정년 연장으로 조직에 필요한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여유가 생긴 재원으로는 젊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게 하는 고용조정 메커니즘이다. 특히 수명이 길어진 젊은 장년의 근로자들에게는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노후생활자금 확보를 보장해준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은 그들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긴 1980년대에 이미 임금피크제를 논의하여 사회적 제도로 정착시켰다.

성과가 낮은 근로자의 쉬운 해고는 지금도 노동조합이 없는 일부 기업에서는 무리 없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주요 원리 중의 하나가 바로 자유경쟁 아닌가. 기업이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높은 근로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 저성과 근로자들을 내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생존의 원리다. 기업이 망해가는 것이 보이는데도 귀족노동조합의 눈치를 보면서 저성과 근로자들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노동개혁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과 야당의 재벌 개혁 우선 노선과 충돌하고 있다.

노동계가 임금피크제와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쉬운 해고를 반대하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힘의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귀족 노동조합은 임금 삭감이 없거나 약한 정년 연장과 저성과 근로자들을 보호함으로써 조합비와 충성을 확보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정부와 대기업의 뜻대로 임금이 크게 삭감되는 정년 연장과 저성과 근로자의 쉬운 해고는 장기적으로 귀족 노동조합의 와해를 의미하기 때문에 노동계의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어려운 노동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정부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때 전투에서 패배한 심복 마속의 목을 침으로써 군율을 바로 세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예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개혁의 주관자가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개혁이 성공한 예가 없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터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공무원들의 비위가 전 정부 때보다도 더 증가한 반면 징계는 솜방망이라고 한다. 이래서는 국민이 정부가 하는 일에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정부기관과 공기업에서부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저성과자들을 해고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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