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어느덧 선선한 날씨가 됐고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정겨운 날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도 먹고 그간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또한 이때는 조상들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큰 기쁨으로 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일들에 별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한다.

성경의 두 번째 권 신약성경의 첫 구절인 마태복음 1장 1절은 예수님의 계보로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성경의 여러 책들 가운데 최악의 도입 문장으로 마태복음 1장 1절을 꼽았다. 이 구절은 내용적으로 신약성경 전체의 의미와 너무 동떨어져 있고 문장 또한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계보 혹은 족보라는 것은 나오는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될뿐더러 보통은 수백 년 혹은 일천 년이 넘는 세월을 다루다 보니 그 내용도 짧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마태복음 1장 1절은 신약성경에 있어 훌륭한 도입문이라 할 수 있다.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이어지는 계보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들이 나온다. 그중에는 구약성경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람들도 있어 성경을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계보를 읽으며 이들의 인생 여정을 기억하면서 흥미 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짧은 계보를 보며 구약성경의 전체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계보는 한 사람의 지난 역사를 담고 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인생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곳에 이르게 됐는지를 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에게 추석은 각자가 속해 있는 가족과 가정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계보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조상들을 기리며 그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음을 마음속에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추석에 우리 조상들의 수고와 노력을 기림과 동시에, 나 또한 그와 같이 먼 훗날 내 자손들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인생이 돼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내 삶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작게는 나와 함께 하는 가족을 위한 삶이며, 좀 더 크게는 내 자손들의 삶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삶, 계보에 들어가는 삶이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는 즐거운 시간에 나 한 사람의 삶이 가족이나 이웃과의 수평적 관계뿐만 아니라 위로 내 조상님들과 아래로 미래에 있을 나의 후손들까지의 수직적인 관계까지 연결돼 있음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나의 선택과 행동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나의 존재가 온 가족과 함께 연결돼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함께 모인 온 가족이 서로의 허물은 덮어주며, 서로의 부족함은 채워주는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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