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장]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일과 기업을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일을 사장과 같은 자세로 판단하고 추진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다. 대가를 받고 일을 하더라도 주인처럼 하지 않으면 후에 자신이 기업을 만든다고 해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만 일하려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자신의 꿈과 공유하며 조직의 발전이 자신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더불어 성장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현재 머물고 있는 공간이 자신의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온 몸을 바쳐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의 것이라는 마음에서 몸을 아끼며 지시받은 일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기 기준으로 노력한 만큼 대접받지 못하면 불평하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일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목적 즉, 지나친 표현일 수 있지만 결국 남의 꿈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억울하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공사(公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냈던 적이 많았다. 개인의 사생활을 포기하고 조직중심으로 일하면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계획된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날밤을 새우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돌아보면 억울한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힘들어도 참고 일한 경험들이 살아가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데 위안을 삼고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투입한 시간과 고생한 경험은 삶을 증진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여 년 전 중간책임자로 근무하던 때 함께 일했던 여직원에 대한 추억이 눈에 선하다. 요즘은 남녀 차이가 거의 없지만 당시에는 주무업무는 주로 남자직원이 담당하였다. 기혼으로 갓 태어난 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넘치는 당찬 직원이었다. 어느 날 퇴근 무렵 진지하게 면담을 요청하였는데 부서의 주무업무를 맡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며칠간 남자직원들을 설득한 후, 매일 자정 무렵에 퇴근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하면서 일을 담당하게 했던 적이 있다. 그 후 10여년 정도 지나서 업계 최초의 본부 여성부서장 탄생이라는 신문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주인의식으로 끊임없이 노력하여 남녀차별을 극복하고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리라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로 축하를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가오는 말할 수 없는 감사와 아쉬움을 느끼는 하루가 있다. 그날이 되면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지나간 한 달을 뒤돌아보며 감사하는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과연 조직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조직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조직이 자신에게 맡겨 준 역할과 대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상대적인 비교를 통하여 만족하지 못한다거나 아쉬워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더불어 안정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 것과 숨어있던 능력을 끄집어내어 발휘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문화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하여 정시 퇴근과 휴가사용을 권장하는 등 사생활을 보호하는 추세가 일반화되어 있다. 건강한 가정생활과 자기계발을 위한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간혹 조직의 중요한 행사나 시급한 일로 인해 퇴근이 늦어지게 되면 노심초사하거나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단순히 생활의 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마음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자기희생과 배려 없이는 조직의 발전과 자신의 꿈을 함께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조직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이 축적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코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직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다. 조직과 함께 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자리가 진정으로 유익한 공간이다.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에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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