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사회2부장]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국감은 '국회(國會)의 꽃'이라고 불린다.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2015년 국감은 출발선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부실투성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을 정도로 엉망이라는 평가다. '혹시나'하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감 초반부터 이런 혹평을 한다고 국회의원들은 내심 서운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스스로 실망감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게 분명하다. 국감 시즌만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지상을 도배하는 단골 단어가 있다. '네 탓 공방', '호통', '파행', '막말', '생색내기', '망신주기', '흠집 내기' 등등. 좋지 않은 단어만 빠짐없이 등장한다.

올해도 슬슬 이런 격한 단어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감 전부터 증인 신청을 둘러싸고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더니 급기야 국감에 돌입해서는 본격적으로 고성이 오가는 등 매년 똑같은 꼴불견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나마 중앙 단위 피감 기관에 대한 국감에서는 더러 '똑똑하고 집요한' 국회의원들을 볼 수 있다. 서릿발 같은 질타에 혼쭐나는 피감 기관장들을 보면 모처럼 칭찬도 나온다. 문제는 지방 단위 피감 기관의 국감이다. 매년 비슷한 통계를 요청해 놓고 '금 쪽 같은' 질의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년 전에는 신성한 국감장에서 꾸벅꾸벅 조는 황당한 국회의원들도 있었으나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대신 국감장에 설치된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딴짓'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카메라 앵글에 잡혀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역 피감 기관 실정에 맞는 이슈와 쟁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파고드는 날카로운 송곳 질문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저 몰아붙이는 추궁만 존재할 뿐 대안은 온데간데없다.

이렇다보니 지역 피감기관 장(長)들도 국감장에서 손목시계만 힐끔힐끔 쳐다보기 일쑤다. 지역 피감 기관들에 대한 국감 무용론 내지는 자성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감은 국회의원들이 국정 운영 전반에 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입법 활동과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또 국정에 대한 감시·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입법기능·예산심사기능 및 국정통제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디 국민이 진정 기대하는 국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