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 사진 한 장이 전달하는 정보와 의미가 백 마디 말이나 글이 전달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영향을 가져다준 사례가 많이 남아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이 아이젠하워 장군의 지휘 아래 프랑스 북부 해안인 노르망디에서 상륙작전을 감행할 때 종군기자인 로버트 카파가 찍은 사진은 생사를 넘나드는 전선의 움직임까지 담은 것으로 생생한 긴박감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후일 이 사진의 긴박감은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꾸며지기도 했다.

또 지난 베트남 전쟁에서는 미국의 네이팜탄이 터진 현장을 벗어나려 미처 옷도 걸치지 못한 채 알몸으로 길거리로 뛰쳐나오는 어린아이의 사진 한 장과, 당시 베트남 경찰국장의 한 베트콩에 대한 거리 즉결 처형 장면은 전쟁 참화를 고발하는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곧 미군의 철수 주장과 반전평화운동을 촉발해 전쟁 종식 역할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더러운 전쟁은 금세기 현재에도 분규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바, 최근 중동의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IS의 집단 학살극을 피해 생기는 난민들의 피난 행렬은 인접한 유럽 국가들의 큰 걱정거리로 등장한다.

유럽 국가들의 끊이지 않는 시리아 난민들의 유입에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입장과 태도를 급반전 시킨 것은 유명 정치인의 설득력 있는 정치력도 아니요, 이웃 국가들의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결과도 아니다.

이기심과 교만으로 가득한 이웃 국가들의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려 이들 시리아 난민들을 분산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한 입장으로 급반전 시킨 것은 인근 터키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돼 전해진 이제 겨우 3살 된 한 시리아 난민 아이의 사진 한 장이다.

또, 이 사진과 함께 보트에 타고 있던 아이의 형 또한 불행하게도 인근 해변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이 형제의 사연은 유럽 전역이 눈물바다를 이루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편 지난 9월 국내에서는 한 잡지 표지에 실린 범죄현장의 연출 사진이 부적절함과 문구로서 지탄을 받아 버티지 못하고 재발방지 등 사과하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어떤 이는 잡지 판매 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의심하기도 했으나 내용이 상식선을 많이 벗어나 회복하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도구도, 미디어도 의도가 불순하면 적당히 넘어가서 거짓이 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바로 얼마 전에는 새 수입차를 구매한 한 소비자가 주행 중 엔진이 꺼지는 위험천만한 결함에 해결책을 주지 않는 구입처 사무실 앞에서 벌인 해프닝 사진과 영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순식간에 퍼뜨려져 위기를 키운 경우도 있다.

미디어 환경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 해서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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