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 등 겉모습을 익혀야 하고, 더 나아가 취향, 습관, 선호하는 것, 주변 상황 등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을 어느 정도 알게 된 후에야 친구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다.

그런데 가족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서 '나'에 대한 자의식이 생기기도 전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위에 묶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먼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온 후에야 우리는 '나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스스로에 대한 자의식은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가장 먼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정하고 나서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질문의 대답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야 서로 '관계'를 맺게 된다.

가족은 여기에서도 다르다. 가족은 '누가 가족이 됐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즉 가족이란 구성원 개개인의 동의를 얻어서 만들어진 공동체가 아니라 이미 태어날 때 특정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먼저 가족으로 소속된 후에 자기 자신을 그 가족의 일원으로 알맞게 만들어 간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가족'의 단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소위 '핏줄'로 표현되는 혈연관계다.

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래서 태어나 살면서 몇 십 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그가 핏줄로 연결된 친척이라면 우리는 곧바로 그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예수님이 가족의 개념에 대해 한 말씀은 우리에게 참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한다.

어느 날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아왔다. 이를 본 누군가가 예수님께 "당신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왔습니다"라고 전하자 예수님은 그 사람에게 이렇게 되물으신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동생들이냐?" 그리고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마 12:50)

전 세계 어디에서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예수님은 혈연관계로 이뤄진 가족이란 개념과는 다른 '마음'으로 연결된 관계로서의 가족을 말씀하신다.

이것을 더 곱씹어보면 이러한 의미가 된다. '핏줄로 연결됐다고 해서 다 가족은 아니다. 진정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마음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참된 가족은 '핏줄'이라는 물리적인 조건만이 아닌 '생각과 마음'도 하나가 되는 전(全) 인격적인 관계로 맺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 서로 간의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

이번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서로 하나 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보자.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하나 된 마음'은 피보다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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